닝보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말에서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어서어서""바보""장인,장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둘러 하자는 뜻의 중국어는 "콰이콰이"이다.

그러나 토속어를 쓰는 닝보사람들은 "어서어서"라고 말한다.

그들은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해 "바보"라고 한다.

또 아내의 부모는 장인 장모라 부른다.

닝보에는 춘향전이 전해내려 온다.

제목이 한국의 춘향전과 똑같고 등장인물도 성춘향과 이몽룡 등 동일하다.

물론 스토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닝보의 뒷골목 노인들에게 춘향전을 아느냐고 물으면 신이나서 줄거리를 얘기해 준다.

이같은 현상은 닝보와 한국이 역사적으로 매우 밀접했음을 보여준다.

닝보는 상하이가 급부상했던 19세기 이전 화동지역 최대 항구였다.

닝보는 특히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를 거치면서 한반도및 일본으로 향하는 창구였다.

"무역풍의 영향일 겁니다.

닝보에서 출발한 배는 전남해안 지역에 도착한 다음 한반도 서해안을 타고 개성으로 간 뒤 거기에서 다시 중국 산둥성으로 넘어오는 뱃길이 형성된 것이지요"

이종일 무역공사 상하이관장의 해석이다.

닝보에는 한반도와의 긴밀했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를 찾을 수 있다.

닝보앞 주산반도에는 심청전에 나오는 임당수가 있고 심씨 촌도 있다.

주산반도 주민들은 심청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곳이 심청전의 원류이고 그 내용이 한국으로 전해진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뱃사람들이 이야기를 한국에 전파했고,그것이 한국의 구전문학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다.

닝보의 고려영사관은 닝보와 고려와의 관계를 말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닝보의 기업인들은 상담이나 술자리에서 한국상사원들을 만나면 "닝보와 한국이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이었다"며 역사적인 유대의식을 드러낸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더 쉽게 닝보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한다.

닝보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인들은 지금 과거의 교류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