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의 책임을 국민부담으로 떠넘기려다 여론앞에 무릎을 꿇은 기업"

일본의 초대형 유통업체인 소고백화점이 거액의 부채탕감 요구를 철회하고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한 다음날인 12일 일본매스컴들은 소고의 도산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또 소고백화점이 정부 지원에 기대면서 불투명한 재기를 노렸지만 안팎의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채 강제 할복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언론은 그동안 무리한 점포 확장과 매출부진으로 부실경영의 늪에 빠진 소고에 대해 "국민의 혈세로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부채탕감 요구액 약 6천3백억엔중 신생은행이 갖고있는 2천억엔의 채권을 예금보험기구가 사들이고 이중 9백70억엔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키고 제2,제3의 소고를 낳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자민당을 비롯한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지원방침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쳐 가메이 시즈카정조회장 등 자민당 수뇌부도 고심끝에 소고측에 자진 도산을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이코노미스트들은 소고의 도산과 관련,"10년을 넘게 끌어온 일본경제의 버블(거품)처리가 최종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누적된 손실을 은폐하고 겉으로는 멀쩡한 채 가장해온 대형 건설업체등 부실기업의 처리가 본격화되고 이에따라 금융기관의 경영불안과 유명기업의 파탄 또한 꼬리를 이을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소고의 도산은 눈앞의 혼란을 겁내 문제기업 처리를 늦춰온 정부와 은행의 미온적인 태도에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쓰지 말라는 납세자들의 반발이 가시화됐음을 의미한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소고 파산이 일본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빠르면 오는 17일 단행될 것으로 예상돼온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조치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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