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로 스쿨, 지는 비즈니스 스쿨".

요즘 미국의 경영대학원들에 비상이 걸렸다.

"MBA(경영학 석사)=일류 직장 보증"이라는 등식을 타고 몰려드는 우수 인재들로 북적거렸던 경영대학원들에 지원자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굳이 경영대학원을 거치지 않더라도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직장들이 얼마든지 널려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80년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법과대학원의 인기는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신기술의 잇따른 출현으로 이와 관련된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컨설팅 회사 등이 경영대학원 출신 대신 로스쿨 출신자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초장기 호황이 대학원들간의 인기 판도를 결정적으로 뒤바꾸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올 봄학기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지원자가 전년대비 24% 줄어든 것을 비롯, 코넬(23%).스탠포드(18%) 등 주요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 지원자들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법과 대학원의 경우는 올해 미국 전역에서 7만7천명이 지원, 지난해보다 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지원자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난 80년대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로스쿨에 학생들이 다시 몰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맥킨지사 등 미국의 간판 컨설팅 회사들이 컨설팅 요원의 절반을 로스쿨 출신들로 채우는 등 법률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타임스는 풀이했다.

인기 경쟁에서 로 스쿨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비즈니스 스쿨들은 고육지책으로 입학 사정 기준을 완화하는 등 우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넬.UCLA 등 명문대의 비즈니스 스쿨은 2-3년의 사회 생활 경험만 있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요건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원은 MBA의 인기가 절정을 치달았던 90년대는 최소한 4-5년의 직장 생활을 거친 뒤에야 응시할 수 있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