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시내 북쪽에 있는 루신(魯迅)공원.

우리에겐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홍구공원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중국의 대문호 루신의 이름을 따 공원이름이 바뀌었지만 윤의사의 사적비가 있어 한국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루신공원에선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영어코너(English corner)"라는게 열린다.

영어공부 모임이다.

말이 영어공부 모임이지 무슨 대규모 집회같다.

공원입구 오른쪽 뜰에 7백~8백명 정도의 사람들이 듬성듬성 무리를 지어 웅성거리고 있는걸 보면 영락없는 집회현장이다.

하지만 군중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여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초등학생부터 여대생 직장인,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0여명씩 빙 둘러 영어로 뭔가 열심히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주제는 각양각색.

개인적인 취미에서부터 경제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화는 종횡무진으로 이어진다.

물론 모두 영어로...

이곳에서 만난 종얀핑(20)씨.

상하이 화스(華師)대 영문과 1학년 여대생이다.

"무엇보다 영엉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줘 도움이 된다. 여기엔 미국에서 유학을 했거나 외국회사에 다녀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다. 2~3시간 영어로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문이 열리고 영어로 말하는 거세 대한 공포감이 사라진다"

상하이 시민들의 이런 영어공부 열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종씨는 상하이런(人)답게 상당히 현실적인 이유를 든다.

"상하이에서 영어는 필수가 됐다. 푸둥이 개발되고 외국회사와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영어는 생존의 조건이 된 것이다. 더구나 많은 젊은이들이 졸업후 월급이 많은 외국회사에 취직하고 싶어한다. 그러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상하이에선 영어학원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회화학원의 인기는 서울못지 않다.

루신공원의 영어코너에서도 사탕을 입에 문 아이 손을 잡고와 무리속에 끼워넣는 열성 엄마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루신공원의 영어코너는 국제도시 상하이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