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꼴찌를 맴돌았던 윈스턴 처칠은 훗날 영국총리이자 2차대전 승전의 영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중고교시절 학과성적이 항상 "평균이하"였던 마틴 루터 킹 2세.

특히 "언어소질" 평가항목에는 항상 낙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훗날 "나에게는 꿈이 있다 (I have a dream) "라는 명언과 함께 피부빛깔을 뛰어넘어 많은 미국인의 심금을 울린 웅변가이자 흑인 인권운동의 기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서 치르는 크고 작은 시험들이 수험생의 진정한 실력을 가려내는데 얼마나 역부족인지를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다.

"학교의 우등생과 사회의 우등생은 다르다"는 통설도 학교 교육과 성적평가의 한계를 웅변하는 거울이다.

미국교육계가 요즘 이와관련해 또 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한 SAT,경영대학원 입학사정에 필수적인 GMAT 등의 학력판별 기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대체시험 개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의대가 발표한 충격적인 조사 보고서는 이런 논란에 더한층 불을 붙였다.

지난 20년동안 이 대학출신 의사들의 활약상을 조사 분석한 결과,흑인 등 소수민족 출신의 핸디캡을 인정 (affirmative action) 받아 낮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합격됐던 특례입학자 출신들이 정규입학자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정상적인 의료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의대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직장에서는 "시험성적이 전부는 아니더라"라는 경험칙이 이미 폭넓게 통용되고 있다.

시험으로는 가려낼 수 없는 침착함과 설득력 등이 기업등 사회에서 진짜 필요로 하는 최우선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이 새로운 기법의 테스트를 개발했다고 해서 미 교육계에서 화제다.

교과목 대신 기업의 가상 재무보고서,보도자료,신문기사 등을 제시하고는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이중 어떤 정보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가" "이 기업이 앞으로 부닥칠 주요 장애물은 무엇일 것 같은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미시간대는 이 신종 테스트를 2001년 학기부터 GMAT와 병행 실시해 신입생 입학 사정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존 교육계의 상식을 깨는 "실무형 시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 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