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은행의 탄생을 예고했던 독일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방크의 합병계획이 발표된지 불과 한달만에 무산됐다.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방크는 5일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합병협상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독일 은행업계의 오랜 라이벌이었던 두 은행은 지난달 9일 합병합의를 공식 발표하고 합병작업을 벌여왔다.

현지 언론들은 드레스드너의 자회사이자 투자은행인 클라인보르트 벤손의 처리방향을 놓고 양사가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합병협상이 파국을 맞았다고 전했다.

양사는 당초 합병을 통해 소매금융보다 투자은행업무에 주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종업원이 7천5백명에 이르는 클라인보르트 벤손을 전면 또는 부분 매각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반면 드레스드너는 클라인보르트를 중심으로 한 사업강화를 요구,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클라인워터의 매각을 둘러싼 갈등은 합병은행 내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명목상 "대등한" 합병이었지만 실제 합병은행의 지분은 도이체방크가 60~64%,드레스드너방크가 36~40%를 갖게 돼 있었다.

클라인워터를 매각할 경우 사실상 흡수합병되는 드레스드너는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어 도이체방크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양사의 합병이 특히 도이체방크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합병결렬에 한 몫했다.

실제 이런 평가를 반영,양사 주가는 합병발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달새 두 은행의 주가는 20%이상 떨어졌다.

양사의 합병이 일단 실패로 돌아갔지만 작년 유럽 단일통화 출범과 세계화추세에 따른 환경변화로 독일은행들의 이합집산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결렬로 독일 3위 은행인 드레스드너는 적대적 인수에 취약해졌고 적대적 인수주체가 도이체방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베른하르트 발터 드레스드너방크 총재는 합병 결렬의 책임을 지고 6일 사임했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