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독일의 호르스트 쾰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임기 5년의 새 총재로 선출했다.

쾰러는 지난 1945년 설립된 IMF 사상 첫 독일인 총재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IMF의 사령탑에 오른 쾰러가 떠안게 된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불거진 IMF 개혁문제다.

IMF는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금융위기에 빠진 회원국들에게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스스로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IMF의 개혁을 꾸준히 요구해온 미국은 장기 신용대출을 포기하고 단기적인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에 긴급자금을 대출해주는 본원적인 기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개도국들은 현행 대출제도를 유지하되 정책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회원국간 의견차이에도 불구 IMF 개혁은 미국이 제시한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쾰러 신임총재도 미국이 권고한 개혁안의 상당 부분을 수용할 뜻임을 내비쳤다.

사실상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IMF의 주요 결정과정에 여타 회원국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쾰러 신임총재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하는 것도 과제중 하나다.

문제는 쾰러의 입지가 넓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유럽의 몫이었던 IMF총재 자리를 놓고서도 유럽이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것처럼 IMF총재라해서 미국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