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외형상으로는 안정세를 보였으나 금융변수의 변동폭은 유난히 컸던 한주였다.

특히 주가의 움직임이 환율, 금리를 좌우하는 추세가 심화됐다.

이 대목은 향후 국제금융시장을 읽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민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지난해말 민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132%에 달하고 있다.

사상최고수준이다.

민간부채가 이처럼 늘어나는 데에는 지난해 이후 세계주가가 회복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세계주가가 회복되면서 가계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기업은 스톡옵션에 따른 자사주 매입을 위해 필요한 돈을 주로 차입에 의존했다.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심리도 민간부채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기업은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를 위해, 가계는 자산소득을 기대한 소비를 위해 차입을 늘리고 있다.

특히 신경제 국면이 확산되면서 세계 인플레가 안정됨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화폐환상(money illusion)에 빠지고 있는 것도 민간부채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은 실질이자율이 낮은 것으로 착각해 차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줄어들었던 부실채권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세계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기업수가 상향 조정한 기업수보다 약 2배나 많은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특히 부실이 많고 무역수지가 적자인 나라일수록 자본유출에 따른 위험에 빠르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

문제는 이럴때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러시아 모라토리움 이후 한때 2천개 내외로 감소됐던 헤지펀드수가 최근에는 3천개 내외로 늘어나고 있다.

자산운용규모도 5천억 달러에서 2조 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눈에 띠는 것은 주가가 환율 금리의 움직임을 좌우함에 따라 헤지펀드들의 투자대상도 종전에 환율 금리에 연계된 상품을 투자하는 매크로펀드에서 주식투자에 집중하는 스톡펀드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당국자나 투자가들이 경제변수의 움직임에 과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같은 금리인상폭이라도 이를 느끼는 부담이 가중되면서 자금운용이 단기화되고 있다.

최근에 금융변수의 변동폭이 확대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결국 세계경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경제대국이 금리인하보다는 금리인상을 통해 민간부채를 줄여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6월말 이후 소폭의 금리인상으로 민간차입을 억제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금리인상폭은 좀더 넓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다소 높아졌던 민간저축률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자금운용도 단기화되면서 헤지펀드들의 한국행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반면 무역수지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금리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리수준을 현실화시켜 민간의 자산부채(cash-flow)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남아있는 부실을 털어내고 무역수지는 최소한 균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자본유출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기경보체제와 가변예치제 활용, 외화전산망 확충과 같은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투자가들도 이제부터는 위험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