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미국의 새너제이에 "벤처암(Venture Arm)"을 개설했을 때만
해도 미국의 벤처자본으로 부터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벤처자본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일대 사건으로
등장하리라는 것을 미리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미국의 벤처자본은 고전적인 벤처자본의 성격에서 벗어나
초기단계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후기단계로 이행해 가는 추세였다.

소규모 투자는 외면하고 대규모 투자를 선호하던 시기였다.

어차피 투자심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비슷하다는 점도 대규모 투자를
선호하는데 한 몫을 했다.

초기단계의 기업들, 소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 벤처자금 흐름에 있어서 일종의 공백이 생기는 소위
시장의 실패영역이 드러나던 시기였다.

소프트뱅크는 이 추세를 재빨리 파악, 거꾸로 된 투자전략을 구사했다.

단돈 1달러를 필요로 하는 초기단계 벤처기업이라도 자신들을 찾아올 경우
성의 있는 대접을 해주었던 것이다.

결과는 대단한 성공이었다.

미국내에서 기술유출에 대한 논쟁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전략은 당시 아이비리그 MBA 출신들로 가득찬 당시 벤처자본들에겐
충격이었다.

이제 소프트뱅크는 세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벤처투자 네트워크를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정보화 및 정보산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한 경쟁력
확보노력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이를 놓칠리가 없다.

어찌 보면 공공벤처펀드의 존재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는 초기단계 소규모
투자에 대한 공격적인 도전은 작금의 우리 벤처기업과 벤처자본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핵심사업 강화(PUSH)와 시장확대(PULL)를 목적으로 세계를 무대로 하여
인터넷분야의 관련벤처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해 나가는
소프트뱅크의 전략을 유심히 관찰해 볼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안현실 전문위원 ah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