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를 자랑해온 미국경제가 심상찮다.

각종 경기지표들에는 이상징후가 뚜렷하다.

금리는 뛰어 오르고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업률은 최저수준에 이르러 임금상승에 대한 우려도 높다.

높은 국제유가도 미국경제의 교란요인이 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 의장은 그동안 의회 증언때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23일 상원금융위원회에 출석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시한번 미국경제의 과열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FRB는 경기과열을 막기위해 지난해 6월이후 금리를 0.25%씩 4차례나 올려
7개월만에 1%포인트나 인상했다.

앞으로도 더 올릴 계획이라는게 지난 17일 청문회에 나온 그린스펀 의장의
입장이다.

미국경제의 외부환경은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처를
중심으로 하는 나스닥지수는 연일 치솟으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첨단기술분야의 벤처기업쪽으로만 돈이 몰리는 자금편중화 현상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양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텐 부르킹스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
할 피해를 염두에 두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때맞춰 지난 주말 상무부는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인
2천7백1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해전보다 무려 1천억달러 이상 급증했다.

아무리 대단한 미국경제지만 연간 3천억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감당
하기에는 힘이 부칠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높다.

더우기 새해 들어서는 국제유가까지 한때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국제원자재 가격의 앙등조짐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상승에 고무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비붐은 앞으로 무역적자를 얼마나 더 늘려 놓을지 예측키 어렵다고
워싱턴 정가는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가격도 크게 치솟았다.

금리상승에 따른 주택융자금리(모기지)도 적지 않게 오른 상태이나 더 나은
집을 찾아 옮기려는 신흥부자들의 대이동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호주머니가 두둑해진 미국인들은 집값과 모기지금리의
상승세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경제의 버블기미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시장의 공격적 투자행태와 소비자들의 그칠줄 모르는 소비증가, 그리고
이같은 추세를 부추기고 있는 정치인들의 수수방관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키워드는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성증가다.

노동부는 지난 12월 4.1%이던 실업률이 1월 4.0%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미국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도 13.44달러에서 13.50달러로 올랐지만 작년
3분기와 4분기중 생산성증가는 5%를 기록했다고 이달초 발표했다.

이는 생산성 증가가 임금상승을 소화해 내고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시장의 과속질주와 투기적 환상(speculative
illusion)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몬티 그램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경제가 최장기 경기
확장 기록을 깨고 있는 중이지만 이같은 추세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호황을 지탱해 갈 수 있는 성장률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으며 그런 의미에서 FRB와 그린스펀 의장의 호흡조절용 금리인상
경고는 적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