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총행복 (GNH= Gross National Happiness).

이번 주 미국 CBS TV 시사프로그램 60분(Minutes)"이 소개한 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이 추구하는 국가목표다.

지구촌 모든 국가들이 GNP(국민총생산)의 극대화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탄왕국이 설정해 놓고 있는 GNH(국민총행복)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같은 CBS의 의문에 대해 부탄왕국 유일무이의 신문사 편집국장인 킨리
도르지는 첫째는 경제, 둘째 정신적 가치, 그리고 셋째 문화의 혼합체 라고
답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출신의 지그미 틴리 부탄국 외무장관의 해석은 이보다
더 소박하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 건강, 집 그리고 교육이야말로
우리같이 부유하지 못한 나라가 추구해야 할 국민총행복의 실체라는 게 그의
답이다.

미국같은 선진국 현실 정치판에서 국민총행복 같은 이상주의적 정강을 들고
나온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부탄왕국 사람들은 그같은 주변의 빈정거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CBS는 보도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주의는 의미가 없다.

우리에겐 허울좋은 선거와 민주주의보다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더 중요
하다.

우리 주변에 많은 민주를 외치는 국가가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의 실체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본거지 미국, 그것도 아이비 사립명문 콜럼비아대 출신의
도르지 편집국장이 되묻는 의문이어서 부탄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불교 신앙심이 깊은 부탄인들은 살아있는 나무를 자르는 것조차 죄로
여긴다.

부탄인들은 수백만 에이커에 널려 있는 산림을 개발, 목재를 내다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구 최고봉들을 정복하고 싶어하는 등산가들의 등산조차 금지하고
있는 것이 부탄이다.

돈이 되는 관광보다는 신성한 산을 더럽히지 않도록 해 달라는 주민들의
진정을 더 중시한 결과다.

CBS는 이를 자연과 인간은 동체이며 또한 둘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부탄인들의 생활철학을 반영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자연히 부탄을 찾는 관광객은 연 6천명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그 티켓은 부르는 게 값이다.

박리다매가 아니라 정반대인 소매후리의 득이 있다.

하지만 돈 있다고 아무나 부탄국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날 한 외국관광객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의 어린이들을 불러모아
연필 등 학용품을 나눠주며 선심을 베풀고 있었다.

이에 대한 부탄인들의 반응은 싸늘한 것이었다.

헤픈 선심을 그만 두십시오.

당신은 지금 우리 애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탄국이 말하는 국민총행복은 지도자들의 청빈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CBS의 시사다.

부탄사람들은 왕자와 빈민을 구분하기 어렵다.

모든 시민이 국가의복준칙에 따라 그 신분을 식별키 어려운 평범한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옷로비 의혹같은 것은 먼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왕조차도 숲속 나무로 지은 집에서 산다.

버클리, 위스콘신, 터프트대 등 미국교육을 받은 관료들에게 모든 일상업무
를 넘겨준 채 자연속에 파묻혀 자매이자 부인인 네 여인과 더불어 살고 있다.

수도 팀푸 거리에는 스타벅스, 아르마니, 갭, 베네똥 그리고 그 흔한
버거킹도 없다.

지구촌이 급격한 동질화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부탄의 시계는 멈춰 버린
것 같지만 그 속에 부탄인들이 추구하는 국민총행복의 실체가 있는지 모른다
는 게 CBS의 시사다.

주변국가중에는 기아를 걱정하는 곳이 많지만 부탄에 기아란 없다.

지난 20년간 평균수명은 40%나 늘어났다.

부탄인들 모두는 똑같은 초등교육과 의료혜택을 받는다.

부탄왕국 60만 대부분 주민이 겨우 먹고 사는 정도의 농부들이지만 지배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간의 차이를 모르고 산다.

권력과 특권은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고 부패하게 만듭니다고 말하는
틴리외무장관 철학은 국민총행복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게 CBS의 시사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