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미스터 윈-윈".

영국 보다폰에어터치가 독일 만네스만과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인수합병
(M&A)을 성사시키자 합병의 주역인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젠트
(52)에게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세계 언론들은 "이번 합병이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미스터 윈-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젠트의 천부적인 협상력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는 근착호(1월10일자)에서 젠트의 협상 전략을
소개했다.

기본 원칙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 머뭇거리지 않는다
는 것이다.

구체적 전술 측면에서는 협상에 나서기전 성공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한다.

일단 인수전에 들어가면 초반에 강공을 펴다 일단 후퇴한다.

그리고 마지막 전면전에서 확실한 승리를 결정짓는다.

젠트는 이런 전략을 만네스만 인수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말 적대적 인수안를 내놓고 강온전략을 번갈아 구사하다
최근 프랑스 미디어업체인 비방디를 활용해 결정타를 날렸다.

만네스만을 제치고 비방디와의 제휴를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망설여왔던
만네스만 주주들을 완전히 친보다폰계로 끌어들였다.

만네스만 긴급이사회는 비방디와 보다폰의 제휴합의가 이뤄진 지 5일만에
보다폰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월에는 미 본토에서 현지통신업체인 밸 에틀랜틱를 따돌리고
현지 이통업체인 에어터치를 인수, 세상을 놀라게도 했다.

이후 젠트는 9월에는 벨 애틀랜틱과도 제휴관계를 체결함으로써 미 이통
시장을 장악했다.

포브스는 젠트를 99년의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선정했다.

벨 애틀랜틱의 이반 자이덴베르크 CEO는 "그는 협상 양측이 모두 이기는
(win-win)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젠트의 협상력은 정치판에서 길러졌다고 한다.

그는 26세때(74년)부터 영국 보수당에서 일했으며 한때 청년 보수당 조직을
이끌면서 이름을 날렸다.

지난 97년 그가 사령탑을 맡은 후 보다폰의 시장가치는 1백30억달러에서
1천4백90억 달러로 10배 이상 뛰었다.

< 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