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
에서는 앨 고어 부통령이, 공화당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일 0시(한국시간 1일 오후 2시)부터 3백개 투표구에서 일제히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앨 고어 부통령은 빌 브래들리후보(전 상원의원)를 52대 47%로
앞섰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도 유효 투표의 49%를 획득, 31%에 그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로써 민주당의 고어 부통령은 13명, 브래들리 의원은 9명의 대의원을,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와 부시 주지사는 각각 9명과 6명의 지지 대의원을
추가했다.


<>.미국에서 제일 먼저 치러지는 이번 예비선거는 앨 고어-조지 부시 등
양당 선두주자에게 독주를 허용, 양당 후보를 사실상 확정하느냐를 결정하는
초반 분수령이었다.

아직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지 못한 매케인 의원과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면 대통령 선거에서 "탈락"이
불가피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러한 우려를 일거에 날려 보냈다.

그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부시 지사에게 앞서 있기는 했지만 49%대 31%로
압승을 거둠으로써 앞으로 자금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오는 19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대통령 후보로서의 생존력을 재검증받을 기회를 갖게 됐다.

매케인은 오는 10일 대화방을 개설, 1백만달러씩 기부하는 유권자와 직접
채팅을 갖는 등 선거자금 모금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매케인 의원의 승리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솔직함과 유머, 전쟁포로
경험담이 일조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작년 발간된 자신의 자서전 "나의 조상들의 신념"에서 과거 금융
스캔들에 가담한 점,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 전쟁포로 당시 강요된
자백을 한 점 등 자신의 과오를 거리낌없이 공개했고 예비 선거기간 동안에도
이를 인정, 유권자들로부터 솔직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한 토론회에 참석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금 사망한다면 그를 일으켜세운 뒤 검은 선글라스를 씌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 5년 6개월 동안 전쟁포로로 잡혀있으면서 온갖 학대를
받은 독특한 전력이 유권자들의 심금을 울려, 그를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
도 제기됐다.


<>.앨 고어 부통령은 승리자축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은 위대한
일을 해냈다"고 운을 뗀 뒤 "브래들리의 패배는 그가 어디에서도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브래들리는 이에 대해 "나는 잘 싸웠다. 그리고 깨끗한 인물이다.
아직 실탄(선거자금)도 충분하다. 다른 주의 예비선거에서 (정치자금 수수로
타락해 있는)고어를 누르고 승리를 차지할 준비가 잘 돼있다"고 응수했다.


<>. 공화당의 매케인은 개표가 끝난 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변화가 임박
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백악관에 보낸 것"이라고 투표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승리는 공화당에는 기존의 정치가 종식되고 있음을 의미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부시 주지사는 매케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으로
패배인정을 대신했다.

그러나 부시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선두주자를 때려눕혀온 이제까지의
전통을 재확인했을 뿐"이라며 매케인의 승리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그는 매케인의 텃밭인 애리조나주 예비선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
했다.


<>.뉴햄프셔 예비선거는 묘한 전통을 갖고 있다.

지난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이후 88년 당선된 부시에 이르기까지
40년동안 공화당 후보중 뉴햄프셔에서 승리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다는 점이다.

뉴햄프셔에서 승리한 예비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경선에서는 낙마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특색이다.

지난 96년 밥 돌후보(공화)가 뉴햄프셔에서 참패했지만 결국 대선후보로
나섰으며, 92년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92년 뉴햄프셔 패배를 극복하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됐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에 따라 일부 호사가들은 공화당에서는 이번에 매케인에게 패배한
부시 주지사가 전당대회에서 승리, 공화당 최고 대선후보로 지명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최종 주자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벌써부터 입방아를 찧고 있다.

<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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