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코피티션(Co-opetion)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기업들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협력
(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이라는 이분법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지난해말 PC업체인 델 컴퓨터가 경쟁업체인 IBM과 1백60억달러 규모
의 상호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물론, 최근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분야에서 경쟁하던 타임워너와 합병하는 등 인터넷 업계
에서 코피티션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전했다.

저널은 이날 "사라지는 기업의 아이덴티티(정체성)"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기업들이 성공과 생존을 위해 인터넷부문에서 경쟁업체와의 인수합병(M&A)과
상호출자, 공동 마케팅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보더리스(Borderless)" 협력의 시대인 셈이다.

저널은 이같은 코피티션 현상이 인터넷 벤처 캐피털들에 의해서 조장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취업알선업체인 "웹하이어(Webhire)"
를 인수한 후 이를 경쟁업체인 야후와 통합시켰다.

새 사이트의 이름은 "야후 레주메(Resume)".

소프트뱅크가 야후의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어제까지만해도 경쟁업체이던 웹하이어와 야후는 하루 아침에 동반, 협력자
가 됐다.

"인터넷 업계의 자이바츠(재벌)"를 자칭하는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AOL이나
알타비스타(이상 인터넷 포털사이트)같은 야후의 경쟁업체들과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AOL과 알타비스타의 모기업인 CMGI 역시 소프트뱅크가 출자하고 있는 기업들
이기 때문이다.

저널은 인터넷 코피티션이 하나의 조류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를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에서도 찾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스피드"가 관건이어서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
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일종의 "국공합작"도 불사한다.

국공합작은 일본이라는 큰 적을 물리치기 위해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1920년대와 30년대 2차례에 걸쳐 합작했던 연합전선을 말한다.

코피티션으로 더 많은 사업기회가 창출되는 것도 장점이다.

경쟁업체와의 협력으로 일단 시장을 형성하면 관련 산업들이 발전하고 이후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장도 커진다.

1차대전 후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 창출을 위해 경쟁제품 구매자에게도
신용대출을 제공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저널은 "80년대가 동종업체의 합작 전성기였고 90년대가 업종을 뛰어넘는
기업간 메가머저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기업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코피티션의 시대"라고 분석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