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기청의 홈페이지 내용이 지난 24일 오후6시께 갑자기 바뀌었다.

"일본은 싸움에 진 후 기가 죽어 꽁무니를 빼는 개다"는 입에 담기 힘든
내용이 영어로 실렸다.

25일 아침엔 총무청의 홈페이지에도 해커가 침입했다.

"일본정부는 남경(중국)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 등이
중국어와 영어로 떴다.

조금 지나 총무청 통계국의 홈페이지는 접속불능상태가 됐다.

과기청의 홈페이지는 26일 오전7시께 또다시 해커에 당했다.

총무청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 떴다.

오후8시께는 경제기획청 산하단체인 종합연구개발기구의 홈페이지가 공격을
받았다.

"일본은 부패한 동물이다"는 등의 내용이 화면에 떴다.

전산망이 집중공격을 받으면서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해커공세가 외교 국방분야 등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Y2K문제를 무사히 넘기고 한숨을 돌리기 무섭게 해커공세로 또다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해커들은 왜 일본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가.

그 이유론 우선 안전의식의 부족을 꼽을수 있다.

생일 사원번호등을 패스워드로 사용함에 따라 전용소프트웨어를 이용할 경우
쉽게 이를 알아낼 수 있다.

정식멤버로서 간단하게 침입할 수 있다.

안전대책에 관한 민관의 격차도 또다른 요인의 하나다.

서류에 의한 정보교환에 의존하고 있는 행정부가 네트워크시대에 대응하기는
쉽지않다.

지난해말 Y2K문제 때도 민간이 보내온 첨부파일을 열지않고 이를 팩스로
다시 바꿔 보내게 했다.

전자정부실현이란 슬로건은 말장난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이 이번 사건수사를 위해 처음으로 해커관련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성청들도 검토그룹설치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2월부터는 "부정액세스금지"법도 시행된다.

해커행위에 대해서도 "크래커"와 마찬가지의 벌칙을 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해커를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인임을 특정할 수 없는 상대나 외국인을 국내법으로 구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게 법률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기술을 모르는 지도층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안전보장을 위협할수 있는 "사이버 워페어(전뇌전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커에 무참히 당한 일본정부의 사례는 과연 한국정부 홈사이트는 안전한지
하는 궁금증을 떠올리게 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