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연초 폭락 사태를 빚은 것을 계기로 미국에서 경기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경제가 순조롭게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이긴 하지만 예상외로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늘고 있다.

경기 급속냉각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연준리(FRB)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데다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
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우선 9년 연속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소비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주가가 10% 오르면 민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만큼
자산소득이 늘어나 국내총생산(GDP)이 0.8%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연히 주가가 떨어지면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최근의 주가하락세가 이어지면 미 경제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연준리가 내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둔화세는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FRB가 경기연착륙과 관련, 목표로 하고 있는 2-3%
보다도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첨단주의 붕괴는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메릴린치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리처드 번스타인은 "첨단기술주 열풍이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면서 "첨단기술주가 장기 조정국면에 빠져들
경우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근의 투자를 주도해온 첨단분야가 위축되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올해 미국경제는
인플레 속에 경기침체라는 80년대초반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연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월가에서는 여전히 미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하다.

지난해 연준리의 3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에도 불구 미국경제는 5.5%(지난해
3.4분기)의 높은 성장을 기록한데다 생산성향상 추세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또 주가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쳐 자산소득 감소에 따른 경기위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주가약세는 차익실현과 금리인상 우려가 맞물려 일어난 것이지
장세기조 자체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나스닥의 폭등을 예견했던 월가의 저명한 투자분석가인 라즐로
버리니는 "올해도 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는 20%이상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앤드류 케이지 이사는 "첨단업체들의 실적호전이
뚜렷해지고 있어 이들의 주가상승을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 만은 없다"면서
"첨단기술분야가 미 경제를 계속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FRB가 주가를 의식해 금리를 큰 폭으로는 올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위축 현상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