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31일 사임을 발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옐친 대통령은 창백하고 근엄한 표정을 한 채 이날 낮 12시 반국영 ORT
TV에 나와 건강에 대한 고려와 함께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금세기
마지막 날인 오늘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은 "나는 떠난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개월 동안 더 권좌에 남아 있지 않고 당장 사임한다"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데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내년 3월 27일 대통령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 사임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이 전격 사임함에 따라 푸틴 직무대행은 당초 내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겨진 대통령 선거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옐친 대통령의 조기 사임 결정은 옐친 진영이 최근의 총선 승리 기세를
타고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의 후계자인 푸틴 총리가 이끄는 러시아 단합당은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공산당에 맞서는 인기를 누렸었다.

그러나 현지 정치 분석가들은 옐친 대통령의 조기 사임이 러시아에 또 다른
정치위기를 불러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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