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은 너무 긴 병참선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다.

파리에서 모스크바까지 길고 긴 보급선을 말이 끄는 수레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은 무리였다는 설명이다.

전자상거래에서 살아 남으려면 창고 운송트럭 배달상자 그리고 물건 담는
일손 등 병참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라.

아마존.com, eBay, eToys 등 이른바 잘 알려진 e상인들이 되뇌이는 생존전략
이다.

나폴레옹식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임은 물론이다.

유례없는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천년말 쇼핑시즌을 놓칠 리
없다.

두둑해진 호주머니 사정도 미국인들의 크리스마스 쇼핑열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요인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놓칠세라 좋은 "e좌판(eMarket)"을 벌여 놓고 손님 꼬이기만 기다리던
미국 e상인들이 주문 폭주속에 파묻히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

하지만 그같은 즐거운 비명속에 뜻하지 않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현상이다.

온라인으로 산더미 같은 주문은 받아놓았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할 일손부족
으로 손님들이 적지 않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아예 감감무소식인 무배달(nondelivery)에서부터, 잘못 배달되는 오배달
(misdelivery) 그리고 예정일을 훨씬 지나 우송되는 지연배달(delayed
delivery)에 이르기까지 온라인거래에 따른 각종 배달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망한 손님들이 썰물을 이루는 이유다.

UPS와 페더럴 익스프레스 등 유명 배달업체는 수천명씩 임시고용인들을
늘리고 있지만 밀리는 주문을 다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리리안 버논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군소 e상인들은 주문소화를 위해
임시직 임금을 갑절로 올려 봤지만 별따기식 일손부족에는 변함이 없다.

eToys와 월마트등의 주문을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회사인 핑거 허트의 경우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수백명의 화이트 칼라 관리직 사원들까지 팔벗고 나서
포장과 탁송에 매달리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뉴저지주 메이플시에 사는 프랭크 리마로프스키 씨는 한달전 아마존.com에
두 대의 TV를 주문했다.

예정대로라면 수일 후에 배달되기로 되어있는 물건이었지만 감감 무소식
이었다.

전화와 e메일로 수없이 조속배달을 하소연해봤지만 주문한 TV는 끝내
배달되지 않았다.

추수감사절 전에 들여놓고자 했던 리마노프스키 씨는 할 수 없이 재래시장
신세를 지고서야 TV를 챙길 수 있었다.

리마노프스키 씨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전자상거래를 찾는다.

이번에는 아마존.com이 아닌 다른 e상인에게 주문을 냈다.

아내에게 선물할 시계를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계는 도착하지 않았다.

억세게 재수없는 고객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전자상거래를 받혀주어야 할
물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빚어지는 요즘 미국 인터넷 상거래의 사각지대
풍속도다.

e상인들은 배달사고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추산은 5%이상의 고객이 유사한 배달사고를 경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부작용은 e상인들 스스로가 부른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싸인 e상인들이
물류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한대의 광고 선전을 해 댄
결과라는 설명이다.

미국인들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동안 인터넷을 통해 사들이는 물건값은
줄잡아 60억달러에 이를 것이며 내년 중에는 미국법인의 반 이상(56%)이
온라인거래에 나설 것이라는(NUA) 추정이다.

분명 전자상거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사실이다.

가공할만한 위력도 가지고 있다.

특히 주식을 사고 파는 금융거래처럼 물건의 배달이 필요없는 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부뚜막 소금도 집어넣어야 짠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배달업이야말로 인터넷시대의 성장산업인지 모른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