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자유와 부가 넘치는 곳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 6년 연속 홍콩을 세계에서 경제활동하기가 가장
자유스런 곳으로 꼽았을 정도다.

국제화의 도구나 다름없는 통신요금도 놀랄 만큼 싸다.

미국으로 거는 일반 전화 요금이 분당 1백원에도 못미친다.

세계의 유명 브랜드 상품도 즐비하다.

향항이라는 한자 이름 그대로 자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중국과는 하루에 선박이 8백회, 비행기는 1백편 왕래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으로 귀속된 지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홍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택시 운전사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예전보다 줄었다.

중국의 저급 노동자들이 운전사로 취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교통규칙을 어기는 운전사도 많아졌다.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도 어려워졌다.

중국어 교육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중국화 되어가는 듯한 인상은 공무원들의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영국이 1백년간 다져놓은 법과 규칙속에서 살던 이 곳 공무원들은 중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일한다.

홍콩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커졌다.

2년 넘게 게속돼온 실물경제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홍콩으로선 배후지역
인 중국의 경제회복에서 일부 도움을 받고 있다.

홍콩이 누려온 세계의 금융중심도시를 추격하는 곳도 만만치 않다.

특히 상해의 발걸음이 빠르다.

상해의 새로운 상업지역으로 부상한 포동에는 초현대식 건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수십층짜리 건물이 홍콩이나 뉴욕을 뺨칠 정도로 많다.

상해의 추격이 홍콩의 위치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홍콩이 중국의 특별자치구로 편입됐지만 자유와 교역의 중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5년, 아니 10년 후에도 세계사람들이 홍콩에서 지금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지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마침 홍콩 정부대표인 둥젠화(62) 행정장관(수반)이 7일 한국을 찾는다.

외교통상부 장관의 초청을 받아 정부대표 자격으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의 방문이 한국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홍콩의 미래를 직접 탐문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홍콩이 세계의 금융중심지인 만큼 금융분야의 협력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 고광철 경제부 기자 gw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