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거리에 나서면 소나타 레간자 세피아 등 한국 자동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인들은 이들 자동차를 보고 뿌듯해 한다.

그러나 가격을 알고 나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최근 수입이 늘고 있는 현대 EF소나타의 경우 수출가격은 약 1만3천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관세 수입허가료 등이 포함되면서 값이
부풀어 3만5천달러(약 4천2백만원)로 돌변한다.

수출가의 2.7배로 뛰는 셈이다.

중국이 외국산 자동차 수입에 얼마만큼 높은 장벽을 쌓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이 WTO에 정식 가입하게 되면 이 같은 보호장벽이 허물어져 시장구도가
급변하고 중국 자동차 산업도 새로운 틀로 짜여질 수 밖에 없다.

각국 자동차메이커들은 중국 자동차 산업 재편기를 맞아 마지막 남은
황금시장 진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생산대수(상용차 포함)는 약 1백63만대.

폴크스바겐 GM(제너널모터스) 포드 혼다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중국기업과
합작, 생산했다.

작년 자동차 판매량은 약 1백50만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외국 수입차는 4만대에 불과하다.

중국이 자동차 수입허가 제도를 통해 수입량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가입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외국 자동차 수입 급증이다.

중국은 현재 80~1백%에 달하는 관세를 오는 2006년까지 25%수준으로
낮추기로 약속했다.

그 만큼 외국 자동차회사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0년쯤 외국 수입자동차가 중국 자동차시장의 20~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구조도 크게 바뀌게 된다.

중국은 현재 외국 회사의 자동차 유통 분야 진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수리전문 업체도 차릴 수 없다.

중국은 그러나 WTO가입으로 이 제한을 풀어야 한다.

외국 자동차회사는 중국에서 생산은 물론 판매대리점 수리센터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 분야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산업 정책의 근간인 3대 3소 3미 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이 정책에 따라 외국 자동차메이커를 받아들여 큰 업체 3개,
중소형 작은 업체 3개, 소형업체 3개를 중점 육성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는 이미 대부분 중국에 진출, 생산기반을 다져놨다.

독일 포크스바겐이 투자한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이치다중의 경우 연
15만대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지난해 3만대 생산에 그쳤다.

시장형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텐진에 26개 부품공장을 기반으로 완성차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역시 엔타이 엔진 공장을 완성차 조립공장으로 전환키 위해
품목변경 승인 신청을 낸 상태다.

이는 곧 기존업체의 기득권으로 다른 업체가 새롭게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업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WTO가입과 함께 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중국진출이 본격화된다.

외국회사들은 특히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비교적 경쟁력 있는 16개
자동차부품 업체를 합작 표적으로 삼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수 천개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앞으로 2년동안
흡수 통합 과정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통폐합 작업도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대 변혁이 시작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개방은 완성차보다는
부품업체에 더 큰 충격을 줄 것 이라며 국내 부품업체들의 중국진출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 이라고 내다봤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