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협상을 위해 베이징(북경)에 들른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실무진과 심야 마라톤회의를 가졌다.

그녀는 회의결과가 여의치 않자 주룽지(주용기) 총리와의 면담을 요청,
협상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체류일정을 여러날 연장해가면서 협상타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베이징 전문가들은 미국이 좀더 일찍 이같은 태도를 보였더라면 협상은
오래전에 타결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는 핀잔이다.

WTO가입 협상에 관한한 미국의 협상 태도는 노련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WTO가입 협상의 최대 호기는 지난 4월 주 총리의 미국 방문 때였다.

주 총리는 당시 국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양보 보따리를 들고 워싱턴으로
갔다.

미국 언론조차 중국의 양허안이 85%를 만족하는 수준이라며 협상타결을
낙관했다.

그러나 의회가 발목을 잡았다.

의회측은 주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인권, 핵기술 유용
등을 내세우며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의 시장개방 양허안을 언론에 공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주 총리가 빈손으로 베이징에 들어왔을때 보수세력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공격이 또다른 악재였다.

체면을 손상당한 중국은 당초 양보안을 철회하면서까지 강경입장을 보였다.

중국정부관리들은 WTO가입문제는 정치적인 사안으로 변질됐다며 연내가입
가능성을 낮게 내다보기도 했다.

미국이 꺼져가는 WTO협상을 살리려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WTO가입이 중국보다 미국측에 더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서 최혜국대우(NTR)혜택을 누리고 있기에 미국시장에서
추가로 큰 득을 볼 것이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통신 금융 자동차 등 거의 전 산업에 걸쳐 12억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체면을 구겨놓고 다시 협상에 나서자는 미국이 좋은 평가를 받을 리
없다.

바셰프스키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측에 상당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협상전략이 서툴렀던 탓으로 어느 정도의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