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가 16일(현지시간) 열린다.

그러나 회의를 목전에 두고서도 월가에서는 연준리의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금리를 0.25%포인트가량 올릴 것이라는 견해와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반반이다.

로이터통신이 30명의 주요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같은 월가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5명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반면 나머지 15명은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처럼 경제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최근 잇달아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에 대한 상반된 해석 때문이다.

판단하기에 따라 인플레를 우려할 수도 있고 그 정반대의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선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아직 미국 경제에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 노동부가 12일 발표한 3.4분기 생산성 지표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
없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3.4분기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전분기(0.6%)보다 크게 높은 4.2%에 달해
지난해 4.4분기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4분기 노동비용 상승률도 0.6%로 전분기(4.2%)보다 뚝 떨어졌다.

노동비용 상승이 인플레를 촉발할 것이라는 연준리의 우려가 아직 표면화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 지표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도 2.4분기 1.4%에서
3.4분기에는 0.7%으로 낮아졌다.

반면 금리인상 요인으로는 생산자물가 불안과 낮은 실업률, 높은 경제성장률
등이 꼽힌다.

10월중 생산자물가상승률은 0.1% 떨어졌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생산자물가상승률은 오히려 0.3%가 올랐다.

물가불안 조짐이 없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수치다.

게다가 실업률은 4.1%로 떨어져 29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
경색이 심화되고있다.

임금압박이 초래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노동비용이 기업비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임금이 뛰기 시작하면 곧바로 인플레가 가시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왕성한 소비도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월 전체 소매판매액은 전월에 비해 늘지 않았지만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액은 여전히 0.5%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있다.

높은 경제성장률도 연준리에게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신규주택판매가 감소하고 개인소득이 위축되는등 일부에서는 경기둔화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3.4분기 성장률이 4.8%에 달해 과열현상이 여전하다.

이처럼 경기지표만으로는 인플레 여부를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연준리 내에서도 금리인상을 놓고 견해가 분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리가 금리인상으로 시장 불안을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견해와 연말이
오기전에 서둘러 올려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결국 금리인상 여부는 연준리의 정책의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딕 버너는 "당장은 인플레 우려가
없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예방차원의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연준리가 만약 금리를 올리더라도 금융정책기조를 지금의
"긴축"에서 "중립"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그동안 미 주가와 채권값이 많이 오른 점을 감안할때 금리인상은
증시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