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현역으로 뛰고싶다".

대형종합건설업체의 임원을 거쳐 계열부동산회사 사장까지 지낸 경영인이
바텐더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도쿄중심가 긴자의 좁은 골목길 지하1층에 자리잡은 칵테일바 "라쓰보".

나비넥타이를 메고 셰이커를 열심히 흔들어대는 사람이 있다.

"일본판 서상록(전 삼미그룹 부회장)" 야마기시 데츠오(64)씨다.

야마기시씨는 재벌계 대형종합건설업체의 인사통이었다.

지난해 여름 퇴직한 후 그룹기업에 재취업할 것을 검토하다 생각을 바꿨다.

평생을 현역으로 일해 보자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목수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전부터 장인세계를 동경해왔다.

서점에 들러 창업노하우 관련책 2권을 샀다.

바를 아이템으로 택했다.

개업자금이 많이 들지않으면서도 재미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인과 두아들도 응원하고 나섰다.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이제 하고싶은 것을 하라"는 것이었다.

바텐더 스쿨의 최연장자는 물론 그였다.

"오토상(아버지)"으로 통했다.

그곳에서 1개월간 술의 역사로 부터 제조과정 술친구만드는 기법등을
익혔다.

지난해 9월 퇴직금의 일부인 1천만엔에다 금융기관융자 5백만엔을 합쳐
긴자7번가에 점포를 냈다.

컨셉트는 "여성을 위한 바".

밤11시까지는 여성들과 여성동반의 손님만이 들어올수 있게 했다.

"여성이 안심하고 드나들수 있는 바가 없다"는 전직회사 여사원의 불만을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카운터 6석, 테이블 13석의 조그마한 바.

하루평균 손님은 14~15명.

큰 돈벌이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옛날 동료라도 남자끼리 오면 절대 출입시키지 않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차남(32)까지 가세했다.

부친이 지바현 가마가야시시의 자택으로 퇴근한 다음 새벽 2시까지 점포를
지킨다.

"자기가 한것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점이 너무 좋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좀더 빨리 바텐더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명예(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는 일본판 서상록씨의 이야기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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