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 최대의 돈줄인 월가에서는 요즘 "브래들리 신드롬"이 화제다.

현역 부통령인 앨 고어에 맞서 민주당 대선 후보전에 뛰어든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에게 월가의 자금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올들어 월가에서 모금한 선거자금은 벌써 2천만달러에 육박한다.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 주자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브래들리의 대분발은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다.

2년전 상원의원직에서 은퇴한 이후 중앙 정치무대에서 잊혀진 존재였던
그는 막대한 자금력에 힘입어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민주당 후보 지명을 "떼어 논 당상"으로 여겼던 고어 부통령 진영에
초비상이 걸렸을 정도다.

그의 월가 후원회에는 시티그룹의 샌포드 와일 회장을 비롯 골드만 삭스,
JP 모건, 메릴린치 등 내로라 하는 월가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자들이 망라돼
있다.

반면 고어 부통령은 10대 자금원 가운데 월가 금융기관은 단 2곳에 불과하다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더 열악하다.

10대 자금줄 중에서 한 군데만이 월가 기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에게 보내는 월가 후원자들의 지지 순도다.

그의 후원자 가운데 다른 대선 주자에게까지 "양다리"를 걸친 사람은
샐로먼 스미스 바니의 루이스 수스만 사장 단 한명뿐이다.

나머지는 오로지 브래들리에게만 지지를 집중하고 있다.

브래들리가 이처럼 월가의 지원을 "싹쓸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가 상원의원 시절 18년 동안 금융위원회에 몸담았다는
전력을 꼽는다.

그러나 그는 상원 금융위에 재직하는 동안 월가와 갖가지 악연을 맺었을
뿐이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자아냈던 자본소득세 인상에 앞장섰던 것을 비롯
금융기관들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시키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런 그에게 월가의 실세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주고 있는 까닭을
일부에서는 뉴욕을 연고지로 한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연"에서 해답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많은 전문가들은 브래들리가 경제를 가장 잘 아는 대선
주자라는 점을 정답으로 제시한다.

20년 가까이 상원 금융위에 몸담으면서도 "금권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브래들리, 갖가지 악연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을 지지하는 금융계의
실세들.

"브래들리 신드롬"은 미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엿보게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