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연합 후보인 페르난도
델 라 루아(62)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당선됐다.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델 라 루아 후보가
과반수인 50.3%를 득표, 35.5%를 얻는데 그친 집권 페론당의 에두아르도
두알데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당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집권한 지
10년만에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델 라 루아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는 아르헨티나에 민주주의가
정착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난을 물리치지 않고 사회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고 전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러나는 메넴 대통령도 델 라 루아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하고 그를
"대통령 당선자"라고 불러 집권당의 패배를 시인했다.

델 라 루아는 고실업으로 상징되는 경제난으로 메넴 행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조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메넴 정부는 집권초 살인적인 인플레를 잡는 등 경제부흥에 성공했으나
집권 2기를 맞으면서 실업률과 부정부패가 증가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현재 실업률은 무려 14.5%에 달한다.

델 라 루아는 경제안정을 위해 긴축재정과 지난 91년 메넴 대통령이 도입한
달러 페소화 등가제 등 경제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범죄와 부패 퇴치, 실업 타파, 중소기업 활성화, 외채 재조정 등
공약사항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3번 연임을 금지한 헌법규정 때문에 이번에 물러난 메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출마했다면 승리했을 것이라며 오는 2003년에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페론당은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는 패했으나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최대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메넴대통령 역시 페론주의자들이 주도하는 대법원과 상원, 23개 주정부 중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