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신임대통령이 건강상 문제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고 거동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20일의 취임식장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에따라 21일 선출된 부통령이 "사실상의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강하다.

뇌졸중으로 오른쪽 눈을 실명한 와히드는 왼쪽 눈의 시력도 극도로 약해
맹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서를 할때 문안을 읽지 못해 경호원이 뒤에서 작은 소리로
읽어주는 내용을 복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선서하러 나오면서도 앞이 보이지 않아 2명이 좌우에서 부축했는데도
불구, 앞에 있던 탁자를 밟고 올라가려고 했고 취임식장에 비치된 물건들과
부딪치기도 했다.

대통령 선서 문안에 서명할 때도 경호원들이 손을 들어줘 간신히 서명을
마쳤다.

취임식에서 귀빈들과 악수할 때도 손을 다른 방향으로 내미는 등 방향감각을
잡지 못하는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였다.

TV로 취임식을 지켜본 자카르타 시민들은 "종합병원에 입원해야 할 환자가
대통령궁으로 들어갔다"며 한탄했다.

현지 언론들도 신임 대통령이 앞만 못 보는게 아니라 거동까지도 상당히
불편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그가 최근 뇌졸중 후유증으로 두번이나 발작을 일으킨 사실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영문 일간 옵서버지는 최근 만평에서 하비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말을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자", 언론과의 회견을 극구 사양해 온 메가와티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언어 장애자", 와히드 대통령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자"로 각각 묘사하기도 했다.

< 김선태 기자 orc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