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1조엔 규모의 대형은행을 겨우 10억엔에 팔아넘기면서 4조5천억엔
(공적자금 지원)의 거액선물까지 줘야했는가"

일본장기신용은행의 매각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야나기사와 금융재생위원장은 "국민부담을 극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볼때 다른
후보와 큰 차이가 있었다"며 미국의 리플웃을 장은 인수기관으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금융효율화에 엄청난 자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자이 장은 행장도 "차입자보호 등 계약조건이 이행되면 만족한다"며
양도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가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4조5천억엔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장은을 굳이 외자계에
넘긴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회사가 국민에 부담지우면서 장은을 인수한게 불만이다.

매각후에 발생할 2차손실에 대한 대책부재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매각후 3년안에 발생하는 손실도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 미국 유럽 연합전략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장은 인력의 이탈로 조직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압"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달초 야나기사와 위원장이 미국방문중 서머스 재무장관으로부터 "장은
매각에 외자계를 배제하는 것은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들은후 상황이 급변
했다는 것이다.

주오신탁과 미쓰이신탁 연합쪽으로 쏠렸던 대세가 미국쪽으로 급반전했다는
것.

야나기사와 위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서둘러 외자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이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인 미국의 골드만삭스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봄 일본은행 등을 대상으로 양도조건을 제시했다.

한때 오릭스와 프랑스의 파리바은행이 유력한 것으로 소문났다.

주오신탁과 미쓰이신탁의 연합에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인수경쟁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골드만은 리플웃 이외의 후보에는 소극적
이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FA의 역할을 검증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대해 골드만삭스측은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대형은행의 첫 해외매각에 대한 일본금융계의 반응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0조엔을 넘는 장은자산을 인수할 자신이 있는 은행을 일본에서 찾기가
어렵다.

일본금융기관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미국 유럽과 싸울 수 있는 실력을
쌓는 것밖에 없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