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에서는 세계 인터넷업계의 주목을 끄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미국 컴퓨터 업계의 거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터넷의 장래에 대한 식견을
밝힌 것.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CEO(최고경영자),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 등 인터넷산업
의 선두주자들은 델컴퓨터가 주최한 한 인터넷산업회의에 참가, 인터넷산업의
미래를 점쳤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인터넷은 인류의 새로운 미래이자
약속의 땅(promised land)"이라고 강조했다.

챔버스는 "우리는 지금 시.공간의 임종시대에 살고 있다"며 "인터넷은
모든 것을 바꾼다"고 주장했다.

게이츠 회장은 "현재 미국가정의 PC보급율이 50%에 육박한다"며 "21세기는
인터넷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델 회장도 "인터넷은 이제까지 있었던 어떤 혁명보다도 대단한 것"이라며
종이와 펜이 기초가 된 비즈니스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또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중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않은 기업은
2%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자 숫자까지 일일히 예시해가며 인터넷의
위력을 조명했다.

배럿 인텔 사장은 "현재 최고 2억명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사용 인구가
5년 이내에 1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전자상거래 시장이 2~3년내에 미국에서만 연간 1조달러의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렇게 인터넷 산업의 앞날을 놓고 열변을 토하는 전문경영자들도
인터넷이 인간의 일상사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고들지 정확히 감을 잡기는
어려운 듯 했다.

한 청중이 "인터넷이 (자신의 사업)트럭 운송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해달라"고 질문하자 유창한 챔버스 회장조차 말문이 막혀 "당신이 제
지식의 한계를 드러내게 하는군요"라고 겸연쩍게 대답했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