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N(가상증권거래소)"이 21세기 세계 금융시장의 풍경을 바꿀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ECN이란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 등 기존 증권거래소와는 별도로
증권업체 등이 온라인을 이용해 설립하는 일종의 대체거래시스템.

ECN은 인터넷 확산의 물결을 타고 세계 금융계의 "메카"인 미 월가에서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등 경제전문 통신사들은 물론,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등 주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나서 인스티넷 아일랜드 등 총
9개의 ECN을 설립, 운영중이다.

최근에는 ECN의 성장에 놀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까지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나서 내년까지 최소 3-4개가 더 설립될 전망이다.

혁명의 물결은 바야흐로 대서양 건너 일본에 까지 확산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최근 7천5백만 달러를 투입, 자체 ECN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ECN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여러가지 이점 때문.

우선 기존 거래소들이 문을 닫은 후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인터넷 중개업체인 챨스슈왑의 경우 주문의 25%가 거래소 폐장후에 들어오고
고객중 절반은 다음날 개장전에 처리 여부를 확인한다.

증권업체로서는 거래소 폐장후 주식거래 공간이 절실하다.

또 ECN은 컴퓨터로 완전 자동화돼 중개인이 필요없다.

때문에 수수료는 NYSE나 나스닥의 10~16%면 족하다.

이외에도 정부규제가 적고 시장에 큰 영향없이 대규모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배경으로 주식거래 주문이 ECN으로 몰리고 있다.

작년말현재 나스닥 상장주식의 30%, 전체 상장주의 4%가 ECN에서 거래중
이다.

아직 소규모 물량이다.

그러나 앞으로 거래비율은 매년 적어도 두배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운영하는 최고, 최대규모의 ECN인 인스티넷의 경우 세계
40여개국 고객들이 하루 1억7천만주를 거래중이다.

인스티넷 매출은 로이터 매출의 16%에 불과하지만 총 수익의 28%에 달하는
"알짜배기"사업이다.

찰스슈왑과 피델리티, DLJ 등 3개 주요 증권사는 최근 "레디북(REDiBook)"
이란 ECN을 운영중이던 "스피어 리드&켈로그"와 손잡고 새 ECN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에앞서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도 공동으로 내년 6월까지 "프라이멕스
트레이딩"이란 ECN과 유사한 형태의 전자증권거래소를 설립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NYSE와 나스닥도 ECN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NYSE는 올해 상장한후 여기서 확보된 자금으로 기존 ECN중 하나를 인수할
계획이다.

나스닥운영주체인 미증권업협회(NASD)도 지난달 29일 인터넷 기반의
"수퍼-ECN"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정책이사회를 가졌다.

더그 앳킨 인스티넷사장의 말은 최근 ECN이 몰고온 변화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마치 공산주의의 붕괴와도 같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다가 TV를 켜보니 어느새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이..."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