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감세공방으로 뜨겁다.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경제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미국의 재정흑자가
향후 10년간 3조9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의 예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세금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그렇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화당이 부도 날 수표를 돌리고 있을 뿐 이라고
응수한다.

이에 질세라 공화당은 상.하 양원을 동원, 이미 감세법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그러나 법안이 법으로 확정되려면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주도의 감세법안을 거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클린턴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의회 3분의 2 이상의 표가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 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민주당의원들이 도와줄 리도 없다.

따라서 미국이 세금을 내릴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기본적인 답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노(No)다.

공화당에서도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이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 해답을 선거에서 찾는다.

2000년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의레 선거가 다가오면 논쟁이나 공방거리가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과시하려는 것이 정치인들
의 본능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의 감세법안은 법안이라기
보다 정치적 선언(political document)에 불과하다고 최근 사설에서 썼다.

소비자(납세자)는 현명하다는 것이 공화당의 기본시각이다.

따라서 돈이 남으면 현명한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전체 경제가 누리는 빵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장경제 또는 작은정부론이 그것이다.

공화당은 원론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밑바닥 유권자들의 반응까지 호의적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향후 예상되는 재정흑자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월 스트리트/
NBC의 공동조사에 55%의 응답자가 교육과 건강 그리고 국방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한 반면, 34%만이 세금을 깎아주는데 써야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공화당의 대국민 선전 패키지가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공화당을 지원하는 지식인 원군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최근 의회증언에서 가뜩이나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내리게 되면 경기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으며 이는 물가상승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공화당의 감세법안에 치명적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공화당의원들이 분개한 것은 물론이다.

클린턴대통령 또한 세금을 내리는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공화당처럼 한꺼번에 대규모로 세금을 깎아주자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보장기금, 의료보험기금 등을 우선 보완하고 그래도 남으면 그때 가서
감세를 고려할 수 있다는 유연한 문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재정흑자기조는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기대일 뿐 그
반대상황으로의 전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클린턴의 주장이다.

세금을 내려놓았다가 사정이 바뀌어 세금을 다시 올려야 할 때 예상되는
조세저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상하양원이 통과시킨 법안중 상호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회가 여름휴가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를 마무리한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이를 지역구에 들고 가 유권자들에게 세일즈 하겠다는 것이
공화당의 전략이다.

클린턴이 뭐라고 하던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공화당의원들이 여름에 흘릴 비지땀이 2000년 유권자들의 표와 어떻게
연결될 지 자못 궁금하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