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금리를 인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과 30일 양일간
회의를 열고 열띤 토론 끝에 단기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외국돈을 많이 빌려쓰고 있는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일 리 없다.

그만큼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가 부담해야 할 이자크기를 따지는
차원을 넘는 지구촌의 논쟁거리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경제는 과열상태인가?

인터넷주가 이끌고 있는 주식시장은 거품인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근거 있는 것인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성증가는 실체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끝은 어디인가?

인플레이션과 묶여 있는 임금상승압력은 어느 정도인가?...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본질을 뜯어보면 이 모든 의문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FOMC는 미국경제에 대한 품평회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해 이번 FRB의 금리인상은 미국경제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고,
임금상승압력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엄존하며, 따라서 미국경제는 어느
정도의 제동이 필요하다는 최종 평결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과 그가 이끄는 FRB의 판단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생산성증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IT를 주도하고
있는 빌 게이츠는 미국의 생산성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생산성증가를 앞지를 수 있는 물가상승에 대한 일반의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같은 반박을 뒷받침이라도 하려는 듯,노동부는 5월의 소비자물가가
보합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빌 게이츠와 노동부의 평가에 구애받지 않는 태도였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증가가 엄존하고 있고 또 통계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냐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라는 것이 그린스펀의 입장이었다.

이른바 선제공격적 금리인상론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의 재담가들은 그린스펀이 추운 겨울전에 감기주사(flu
shot)를 맞자고 설득, 시장의 공감대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