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나스닥은 금융증권계를 침략하는 외세다. 헤이세이 구로후네다"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첨병이다"

미국증권업협회가 운영하는 나스닥의 일본진출을 둘러싼 신경전이 뜨겁다.

매스컴들도 나스닥 논쟁에 끼여들었다.

"왜 지금 나스닥재팬인가" "신주식시장 나스닥재팬이 노리는 것은"
"증권계에 충격"

주요신문이 뽑은 제목들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나스닥"비행기를 타고 "증권패전국" 일본에 내리는 플랭크
저브 나스닥회장을 풍자한 만화를 실었다.

장군복차림에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이 패전국 일본의 점령군 사령관이었
던 맥아더장군 그대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판 나스닥을 헤이세이의 구로후네(일본을 강제로
개방시켰던 서양선박)로 몰아붙였다.

사기업이 주식시장을 함부로 개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나스닥재팬 설립의 주역인 소프트뱅크의 한국계 손정의
사장에까지 포화를 맞췄다.

손 사장을 사업욕 만으로 돌진하는 "사리"추구의 대표적 경제인으로
폄하했다.

업계쪽도 비판일색이다.

"나스닥재팬은 소프트뱅크의 사설거래소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벤처기업들이 나스닥재팬으로 빠져나갈 경우 기존 장외시장은
2군으로 전락,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말로만 불만을 터뜨리는게 아니다.

불이익 처분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사례까지 일어나고 있다.

일본신용평가투자정보센터(R&I)는 최근 소프트뱅크의 장기채등급을 "BBB+"
에서 투자적격 최하위인 "BBB-"로 떨어뜨렸다.

"소프트뱅크의 네트워크관련기업은 장래성이 불투명해 사업리스크가 크다.
수익도 정체상태로 기업매수에 의한 확대노선이 반드시 성공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게 그 배경이다.

그러나 손사장의 의지는 분명하다.

"유망 성장기업들이 세계적인 투자자들로 부터 간단하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글로벌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공개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현 제도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나스닥재팬이 창설되면 기업이 시장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스닥재팬이 일본주식시장 활성화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손 사장은 일본최고의 갑부다.

"일본의 빌 게이츠"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계로서는 드물게 재계의 거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손 사장을 겨냥한 언론과 업계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나스닥재팬으로 손 사장이 또다시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