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금융 기관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시티은행이나 체이스 맨해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답은 엉뚱하게도 가전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의 금융 자회사인
GE캐피털이다.

뉴욕 타임스가 얼마전 쓴 기사의 내용이다.

GE캐피털은 모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의 각종 제품에 대한 할부금융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보험 증권 등 금융과 관련된 거의 전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자동차보험에까지 진출해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은행 등 금융 전업기관들을 무색케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금융업 외출은
제너럴 일렉트릭에 그치지 않는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회사들에서부터 인텔, 시스코 시스템스
등 첨단 하이테크업체들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들사이에 금융업 가지치기는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뉴욕은행이 대출 사업 부문을 자동차회사인 GM에
매각키로 했다는 최근의 발표가 월가에서는 별 반향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곳이고 제조업체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는 기존
개념으로 볼 때는 황당하기조차 한 사건인데도 말이다.

이번 거래에 대해 양측은 다 전략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라며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뉴욕은행은 18억달러를 받고 대출 부문을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에 떼어
주는 대신 증권판매 등 수수료 비즈니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GMAC측은 이참에 자산 담보부 대출과 팩토링 등 고도의 금융 기법을
필요로 하는 여신 영업에 진출하는 등 종합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GM그룹내에서 이 금융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막중한지는 지난해
GM의 순이익 29억6천만달러 가운데 3분의1이 GMAC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GMAC가 금융 대출 비즈니스의 새로운 금맥을 찾아 사업 다각화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GM의 종합 금융기관화에 대해 GE 포드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유사 분야
진출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영업무대를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곧 확대해 나가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들이 전유하고 있으면서도 각종 부실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에는 결코 바다건너 불일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 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