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2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달초 영국 중앙은행이 보유금을 대량 매각키로 한데 이어 스위스와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을 국제시장에 내다팔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19일 런던시장에서 금현물은 온스당 전날보다 1.80달러 떨어진
2백72.4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시세의 지표가 되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6월인도물은 18일 온스당
2백74.20달러에 마감, 전날보다 0.60달러 떨어졌다.

이는 지난 79년 6월이후 최저가격이다.

이같은 국제 금가격의 기록적인 하락은 지난 7일 영국 정부가 총 보유량
의 절반에 가까운 3백15t의 금을 조만간 국제시장에서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영국 정부는 이 가운데 1백25t을 내년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분할매각하고
나머지는 오는 2001년이후 내다 팔겠다고 밝혔었다.

국제전문가들은 "영국정부의 금매각을 신호탄으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IMF와 스위스 정부의 보유금 매각도 곧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의 보유금 매각은 주요 선진국들이 세계 극빈국의 부채경감을 지원하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논의중인 방안이다.

다음달 독일의 쾰른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7+러시아) 정상회담에서 구체화
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 주요국가와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은 연간 세계수요
(약 4천t)의 8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들의 금 방출이 계속될
경우 시세는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코소보사태 등으로 국제정세가 혼란한데도 국제금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금이 가지고 있던 자산보전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한다"며 "누구도 대량으로 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는 상황"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