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영문기관지인 차이나 데일리는 지난 주말 "한국의 노동자들은
공권력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창 파업중인 서울지하철공사와 대우옥포조선소의 분규를 상세하게 전했다.

26일에도 한국의 노사분규는 중국 신문의 주요 뉴스가 됐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들은 경찰진압병력과 노동자의 충돌로 서울대 정문 주변
이 화염에 휩싸인 서울발 AP통신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이를 접한 중국 기업인들은 "한국이 다시 위기로 치닫는 것 아니냐"고
앞다퉈 얘기하고 있다.

한국 노사분규의 쟁점은 무엇이고 사태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갈 것인가
등에 대한 궁금증도 감추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한국의 노사분규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그토록 따라잡고 싶어하는 한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더니, 이젠
또다시 노사분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고 명문대학 정문 주변이 불길로 활활 타오르는 모습만도 베이징
대학에서 같은 광경이 일어나는 일을 본적이 없는 중국인에게는 충격을 주고
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한술 더떠 외신기자를 향해 포즈까지 취해주는 것이 한국의 근로자
들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노사분규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은 지하철공사 노사가, 파업의 적법성 여부는 사법기관이
따지면 된다.

다만 한국의 최고 명문대학이나 종교의 성지에서 농성을 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한국의 신용도를 추락시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지금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와 이로인한 국내 기업들의 뼈를 깎는 구조
조정도 국가신용등급 하락에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중국 기업인들이 경쟁상대인 한국의 곤경은 곧 자신들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고 판단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민족인 만큼 겉으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 주재하는 한국상사원들은 "한국을 자신들의 경제발전 모델로 생각해
왔던 중국 기업인들마저 이제는 한국을 얕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탄한다.

IMF체제를 맞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6천달러로 내려갔다고
해서 과거의 노사분규를 재현한다는 것은 정말 곤란한 일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