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타이드 에어라인" "올스네이크" "인텔 시크릿"...

미국의 유명기업들이 이런 이름의 웹사이트에 시달리고 있다.

특정 기업을 비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칭 "혐오 사이트"들이다.

언타이드 에어라인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올스네이크는 "올스테이트
보험", 인텔 시크릿은 "인텔 인사이드"를 공격하려고 만든 사이트다.

미국에서는 현재 1백개 이상의 기업들이 이런 혐오 사이트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 수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이에 편승해 기업들을 위해 혐오 사이트의 동향을 모니터링해주는 신종
사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혐오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해당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다.

체이스맨해튼 은행의 비방 사이트인 "체이트맨해튼 썩스(sucks).com"은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신용카드 대금을 청구받은 데 분개한 소비자가
개설했다.

리처드 해치라는 월마트 고객은 점원과 다투고 난 후 "월마트 썩스.com"
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이들 혐오 사이트에는 주로 해당기업에 불만을 가진 또다른 네티즌들이
방문해 자신들이 당한 사례를 추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내용이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도 적지않다.

"언타이드 에어라인"에서는 탑승객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인텔 시크릿"은 인텔 칩의 결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때로는 이런 지적들이 역설적으로 해당기업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월마트는 "월마트 썩스" 사이트에 실리는 "매장별 고객 서비스 평가"내용을
경영에 참고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운동의 대부인 랄프 네이더는 "혐오 사이트가 소비자운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당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보통 골치거리가 아니다.

때문에 기업들도 나름대로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첫째는 일종의 예방책으로 혐오 사이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
주소를 선점하는 것이다.

혐오 사이트 주소는 대개 해당 회사명 앞이나 뒤에 "IHate(증오)" "sucks
(상스런 욕)" "stinks(악취)"같은 단어가 붙는다.

남들이 만들지 못하게 이런 주소를 미리 등록해 둔 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단 개설된 혐오 사이트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사이트 개설자의
불만을 해소해주고 폐쇄를 부탁하는 것이 상책이다.

던킨 도너츠는 혐오 사이트에 비방문을 올린 소비자들을 일일이 만나 무료
시식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는 혐오 사이트의 내용을 해명하는 별도의 사이트를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나이키의 경우 개도국의 임금착취를 비난하는 사이트에 맞서 중국공장의
청결한 작업환경과 종업원 처우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반면 혐오 사이트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이들 혐오 사이트를
든든하게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사이트에 대한 관심만 증폭시켜 오히려
손해라고 강조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