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중국 총리가 6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이번 방문의 최대 현안이다.

그의 방문은 그러나 나토(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공습이라는 "돌출" 악재로
인해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WTO가입을 실현하기 위해 통신 금융 농산물 분야 시장을
과감히 개방하는 등 열의를 보여왔다.

미국이 요구해왔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의 이동통신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

외국은행의 위안화 업무 허용지역을 주요 도시로 전면 확대하고 보험시장
개방폭을 넓였다.

양측은 5일에도 워싱턴에서 차관급 WTO협상을 열어 밀고 당기는 협상을
계속했다.

주 총리는 워싱턴 체류기간중인 오는 8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만나
WTO가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WTO가입에 반대하고 있는 주요 공화당 인사와의 면담 계획을
잡아놓았다.

또 중국 과학자의 미국 핵기술 유출 보도(뉴욕타임스)이후 악화된 반중국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시민과의 거리 대화"도 준비했었다.

그러나 중국의 WTO가입 협상은 코소보 사태로 벽에 부딛치게 됐다.

중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 공습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가 "WTO"를 밀쳐내고 협상테이블의 최우선 순위로 등장했기 때문.

주 총리는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토의 유고공습을 주권침해
행위로 규정했다.

이는 곧 미국에게 "중국 내부 사안인 대만과 티벳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패권화"를 견재하기 위해 대만과 디벳을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특히 최근 미국이 전력미사일방위(TMD)체제에 대만을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서는 중국 군부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관계연구소의 엔 쉬에통 외교연구센터
소장은 "WTO가입은 주 총리의 신조였다"며 "주 총리는 그러나 이를 포기하고
코소보사태와 관련해 미국측에 "노(No)"라고 말해야만 하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WTO협상 타결이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다.

자동차 금융 통신 등 미국 업계는 중국을 하루빨리 WTO체제로 끌어들이도록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역시 의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중국 포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코소보사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무마시키 위해 "WTO"라는 유인책을
제시한다면 양측간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베이징=김영근특파원.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