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10,000(D10K) 시대 개막"은 미국뿐만 아니라 분명 세계 금융계에도
희소식이다.

미국 경제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그룹(금융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헤일은
"세계 경제는 월가의 활황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은 D10K 시대에도 유럽경제의 약화, 위안화 절하
가능성 등 여전히 많은 과제들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또 미국의 통화정책 운신폭이 좁아지는 등 D10K 자체가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유럽경제 약화 :세계경제의 또다른 축인 유럽경제는 요즘 피로의 기색이
역력하다.

작년 4.4분기 유로존의 경제성장율은 0.2%로 곤두박질 쳤다.

물가상승률도 0%에 근접,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반영, 유로화 가치는 최근 유로당 1.09달러를 기록, 출범 당시에 비해
8% 절하된 상태다.

유럽경제의 이같은 약화는 세계경제 회복에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증시의 활황은유럽 자본의 대륙이탈을 가속화해 금융및 환율정책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또 유럽경제의 부진이 역으로 미국 대형기업들의 순익을
삭감하는 측면도 있다며 악순환 가능성을 우려한다.

<>위안화 절하 :중국 정부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계는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데다 수출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서다.

올 1-2월중 중국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나 감소했다.

연간 7-8%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가 과연 이같은 수출둔화를
끝까지 감내할 것인지는 매우 의문시되고 있다.

중국이 끝내 위안화 절하를 선택한다면 모처럼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는 또한번 요동을 칠 수 밖에 없다.

<>중남미 경제 :브라질의 고정환율제 포기로 점화된 중남미 금융시장의
불안은 에콰도르로까지 옮겨 붙은 상태다.

현지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등이 나서 진화에 나서고는 있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파장의 확산 경로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 독야청청하기에는 앞마당(유럽)과 뒷마당(중남미) 사정이 모두
좋지 않다.

<>미국 통화정책의 제약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으로서는 증시의 활황이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증시 과열이 인플레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상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으로만 자금이 몰려드는 국제금융시장의 "일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칫했다가는 증시 폭락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

일부에서 "그린스펀 재임 중엔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른 선택은 지극히 위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대해 전 FRB이사인 로렌스 린제이는 "이제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