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황과 디플레이션을 이겨내려면 캐시플로(현금수지) 경영을 하라"

장기불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 경영계에 캐시플로 경영이 붐을 타고
있다.

장부상 이익이 아니라 돈(현금)이 되는 이익을 중시하라는 것이다.

캐시플로란 말그대로 "수중의 현금"을 뜻한다.

그렇다고 남에게서 빌린 현금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의 결과로
벌어들인 현금만을 말한다.

예를들어 어떤 회사가 원료비 인건비등으로 1천만엔을 지출해 1천2백만엔의
현금을 벌었다고 하자.

이때 남은 현금 2백만엔이 바로 프리 캐시플로(순현금수지)다.

따라서 주식및 부동산등 자산평가 방법 변경등으로 조작가능한 회계상
이익과는 구분된다.

기업의 수익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라고도 할 수 있다.

캐시플로가 새로운 경영지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주거래은행제
의 붕괴로 인한 대출기피 현상 때문이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다보니 스스로 벌어서 해결할수 밖에 없다.

장부상 이익 수억엔보다 당장의 순현금 수천만엔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치의 감소도 현금의 중요성을 높인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고정자산 투자는 과거에는 장부상 이익을 높여주었지만 지금은 돈만
묶어둘 뿐 장부상 이익조차 올려주지 않게 된 것이다.

대형 녹차음료 메이커인 이토엔은 재고감축 미수금회수 자판기신규획득
건수등 운전자금 효율화를 위한 7가지 평가지표를 개발해 지점단위로
캐쉬플로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7개 지표에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지점 종업원들에게 한사람당
10만엔씩 격려금을 지급한다.

이 회사는 98년4월 결산 때부터 캐시플로 계산서를 발표하고있다.

이로인해 지난해 10월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율이 1년 전에 비해
10%포인트나 올라 13.9%에 이르렀다.

스미토모상사는 각사업부문의 연결 캐시플로를 연결 리스크자산으로 나눈
비율인 "연결 리스크 리턴"을 경영목표로 설정했다.

사업별 투자위험에 따른 수익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인 셈이다.

이 회사는 98년3월 결산때 2%였던 연결 리스크 리턴을 오는 2000년까지
8%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통해 97년도말에 5천7백59억엔이었던 연결 주주자본을 2001년까지
7천억엔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반도체 신용판매업체인 미네베아는 97년부터 차입급 감축으로 캐시플로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미네베아는 지난 96년부터 본격적인 차입금 축소에 나섰다.

연간3백억엔씩 5년동안 모두 1천5백억엔의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조직까지 이에 걸맞게 개편해 차입금 상환과, 재고감축과, 판매대금조기
회수과 등을 신설했다.

결국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프리캐시플로가 98년3월기에 흑자로
전환됐다.

주주자본이익율(ROE)도 4포인트나 상승했다.

신용평가등급도 상향 조정됐다.

실제로 캐시플로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전후 최악이라는 불경기하에서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있다.

무라타약품 닌텐도 파낙 TDK 무라타제작소 덴소롬 이토요카도 등이
그 사례다.

반면 일본 기업계에서 명성에 걸맞지않게 고전하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캐시플로가 낮다.

소니 도요타자동차 후지쓰등이 그런 예다.

흑자도산하는 기업들은 캐시플로가 적자인 것이 대부분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