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게 1년중 가장 큰 명절은 우리의 설과 같은 춘절이다.

중국 산업현장의 인력 재배치 현상이 일어나고 업종에 따라선 시장점유율에
판도변화가 일어날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명절이다.

이런 "경제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인들의 춘절풍습을 먼저
알아야 한다.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명절이면 귀성전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 규모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우선 귀향에 따른 인구이동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교통당국이 추산하는 이번 춘절 연휴기간의 이동 인구는 무려
15억6천만명.

중국 전체 인구(12억명)가 1.3회 이동하는 셈이다.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고향으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다.

한국처럼 2박3일만에 고향에 다녀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거기서 다시 고향과 인접한 소도시로, 마지막
자기 동네까지 가려면 차를 5~10번씩 갈아타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해서 고향에 도착하는 데만 3~5일, 돌아오는데 드는 시간을 합치면
10여일 이상 걸리는게 보통이다.

왕복 보름 이상 걸리는 지역도 많다.

때문에 공식 연휴기간은 2월16~22일까지이지만 관공서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이 한달 넘게 쉰다.

이쯤되니 근로자들의 춘절귀향은 "새 일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고향마을 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과 급여수준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정보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중국에서 춘절기간에 취업정보가 교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하이(상해)지역 섬유업종 근로자의 월임금이 베이징(북경)지역보다
2백위안 이상 많은 8백위안에 이르고 기숙사가 잘 갖춰져 있다는 등.

이런 정보를 얻은 근로자들은 춘절이 끝날 때쯤에는 그동안 일했던 직장을
미련없이 그만두고 "친구"따라서 또다른 직장을 찾아간다.

농업을 천직으로 알면서 도시구경 한번 못했던 청춘남녀들도 주섬주섬
짐보따리를 싼다.

춘절을 전후해 3백만~5백만면의 근로자가 새 직장을 찾는다.

춘절연휴가 끝나면 중국의 도시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춘절때 고향에 간 노동자가 상당수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회사측은 숙련된
사람을 놓치지 않기위해 다소간의 임금을 올려주거나 후생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

중국의 춘절을 전후해 귀향객 못지 않게 분주한 사람들은 제조업체의
영업담당자들이다.

영업담당 임직원이 평소에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전국 시장의 5분의 1에도
물건을 깔기 힘들다.

그러나 춘절기간동안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도시에서 귀향하는 사람들의 일부에만 자사 상품을 팔아도 일시에
중국 전역에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다.

이 때문에 춘절기간에 시장 점유율이 크게 변화는 사례들도 많다.

춘절이 끝난뒤 조미료나 아동복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던 회사가 3~4위로
밀리고 10위권밖의 회사제품이 선두로 뛰쳐나오기도 한다.

이밖에 춘절은 창업정보의 장이 되고 있다.

대도시 아파트의 목재창틀을 알루미늄 새시로 바꾸는 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이 기간이다.

그러면 곧바로 중소도시에서 유사한 사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이번 춘절이 끝나고 나면 중국 시장에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
된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4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