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일명
"사이드 레터(side letter)"라 불리는 비밀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태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각서 내용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가 빗발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IMF구제금융 이행조건의 적법성까지 거론되는
등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비밀각서의 존재가 불거져나온 것은 태국정부가 "파산법및 파산관련
담보채권 무효화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부터.

정부측이 "IMF와의 합의에 따라 입법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것이
화근이었다.

국회는 "입법사항은 국회의 고유권한인데 정부가 입법날짜까지 정해
IMF에 임의로 약속했고 특히 각서 내용중 상당부분이 국가주권을 침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기회에 비밀각서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태국 언론들도 "부실은행의 해외 매각이나 민영화 일정등 주요개혁
조치들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비밀각서에 명기되어 있다면 이는
문제"라며 "가능한 수준까지라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클레오트홍 헤트라쿨 태국은행총재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각서에는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통화및 환율
정책에 대한 내용들도 담겨있어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며 방어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개혁법안중 태국 상원의원들의 개인적 이익에
반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담보채권 무효화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에 채권이 많은 부유한
상원의원들이 바로 타격을 입게된다는 것.

어떻든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비밀각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태국 정부
뿐만아니라 IMF도 앞으로는 운신의 폭에 상당한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