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다"

브라질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구제금융 지원조건에 대한
브라질 내부의 비판이 거세다.

지원조건이 브라질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구제금융 지원조건이 발표된 후 브라질 언론들은 "IMF가 브라질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적 논평기사를 실었다.

리우 데 자네이루 대학의 한 경제학 교수는 "IMF는 브라질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외국 채권자들만 배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 천주교 사제단도 "이번 합의내용은 주권을 포기하는 총체적 굴복"
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여론의 반발은 IMF가 브라질 경제의 체력에 비해 지나친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올해 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대비 3%의 흑자로 돌려 놓도록 요구
한데 대한 불만은 대단하다.

이는 당초 브라질 정부의 재정계획보다 2년을 앞당긴 목표로 그만큼 국민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는 압력이다.

2001년의 공공부채를 GDP의 46.5% 이내로 억제토록 한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공공부채가 GDP의 40.9%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게
여론의 판단이다.

이와함께 인플레 억제를 위해 당분간 고금리 정책을 유지키로 한 점도 경기
침체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캄피나스 대학의 마르시우 포치만 교수는 "IMF의 요구대로 재정
을 운용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마이너스 1%보다 훨씬
낮은 마이너스 3.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실업자 수도 작년의 6백60만명에서 올해는 1천만명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시장에도 바로 반영돼 지난 5일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2.5% 하락했다.

또 레알화 가치도 달러당 1.82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과 함께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재정흑자나 인플레 등에 대해 막연히 목표치만 설정했을 뿐 구체적인 목표
달성 방법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합의내용 발표 직후 미나스 게라이스 등 7개 주정부가 "연방정부에
대한 채무상환액을 주정부 재정수입의 5%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선언, 목표
달성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되고 있다.

주 정부들이 연방정부에 대한 채무상환을 지연할 경우 재정흑자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대해 상 파울루 증시의 한 관계자는 "국제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것은
구체적인 긴축목표 달성방안"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경제의 장래는 여전히 어둡다고 지적
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