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출범한지 1일로 한 달이 됐다.

그동안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했지만 달러 엔에 이은 3극통화 체제의
착근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남미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달러경제권이 급격하게 확산됐지만 유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유로 현금 통용시기를 앞당기자는 논의가 얼어났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외환보유고에서 유로의 비중을 늘리는 나라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로의 장래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에 필적하는 국제통화가
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시장의 전망이다.

<>유로환율 추이=유로가치는 현재 유로당 1.13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출범초기의 1.17-1.18달러선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고성장이 지속되는 반면 유럽지역은 성장둔화가 예상되는
게 그 이유다.

엔화에 대해서도 초기의 유로당 1백34엔선에서 지금은 1백31엔대로
떨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이는 제자리를 찾는 "조정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세계경제 불안이 가시면 오히려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장은 올 연말 유로환율을 유로당
1.25-1.30달러로 점쳤다.

<>유로의 신뢰성=지난 1개월간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생통화답지 않게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1월 중순 브라질의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제투자자들은
달러와 엔을 팔고 유로를 사들였다.

또 미국국채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대거 유로국채시장으로 몰려갔다.

지불 준비통화로서도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대만의 경우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22%에
달했다.

유로화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확실하게 입증됐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이 기간동안에는 브라질 사태가 터지면서 남미경제의 미국화가
가속화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달러화 통용을 이미 공언했고 브라질에서도 달러 사용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로는 안정을 유지했다.

아시아국가들이 엔화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경우 세계는 3개의 큰
통화권역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유로의 장래=물론 앞날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둔화기미가 역력한 유럽경제가 문제다.

유로랜드(유로화 도입 11개국)내에서 경제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새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책을 놓고 유럽중앙은행과 유로도입국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견과 금리인하 문제등에서의 갈등이 그것이다.

세제단일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로화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인식된다.

영국과 스웨덴 덴마크등 유로화를 거부한 나라에서도 유로화 도입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도입한 나라에선 현금사용 시기를 앞당기자는 목소리가 높다.

유로권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장래가 부정적이지 만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