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결과제 ]

국제연구기관들이 "중국은 21세기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을 때마다 중국에 장기체류한 외국인들의 뇌리를 스쳐가는
것들이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쓰촨(사천)성 청뚜(성도)시 인근의 토굴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1년 생활비는 우리돈으로 약 7만5천원 정도다.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면 이들 토굴주민들이 과연 토굴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된다.

불균형 발전의 폐해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헤아릴수 없이 많다.

부족한 식량과 사회간접자본, 실업및 소득격차 환경오염 행정구조 개혁
부패청산등 중국이 초강국으로 가기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 산중이다.

여기에 금융부실과 재정위기는 초강대국의 꿈을 언제라도 물거품으로
만들수 있다.

식량문제는 중국의 가장 큰 현안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식량생산량은 약 4백kg으로 세계 평균치를 상회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연간 수백만t의 식량을 미국등지에서 수입한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0년 식량수입이 2천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문제도 골치거리 중의 하나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2.9% 수준이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높은
10%-17%에 이른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업자들이 천안문광장에 모여들게 된다면 중국은
큰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지역간 계층간 소득격차도 크게 벌여놨다.

절대빈곤 인구는 도시(1인당 월소득 한화2만4천원 이하)에 1천2백50만명,
농촌(1인당 연간 소득 한화 4만8천원이하)에 6천5백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반면 도시지역에는 개인재산이 1억위안(한화 1백50억원 상당)이 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성장율을 밑도는 중국의 빈약한 사회간접시설은 추가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송시설은 이미 절반 가량이 포화상태다.

내륙지역에선 누가 수송수단을 확보하느냐가 사업성공의 관건일 정도다.

오염문제도 심각하다.

전국 6백여개 도시지역의 대기오염은 선진국 도시의 3-6배에 달하고,중국
전역의 30%가 산성비의 피해를 입고 있다.

전국 하천의 3분의 2가 오염되고, 전체 인구의 70%가 2-3등급의 저질수를
사용하고 있다.

부패문제와 행정개혁은 주룽지 총리체제가 추진하는 가장 화급한 과제다.

행정전산망의 부실은 예를들어 교통범칙금을 냈는지 안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정도다.

신분증을 두세개씩 갖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국가체제가 아직 근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금융부실과 재정적자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작년 중국 재정적자는 9백60억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두배나 불어났다.

올해는 여기서 다시 두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중국은 21세기에 "이무기"가
되느냐, "용"이 되느냐가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룽지 총리는 올한해를 "국가체제를 갖추는 원년"으로 잡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전도가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