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태양이 뜬다 ]


요즘 베이징(북경) 외교가에선 중국의 한 경제학자(베이징대 경제학부
교수)가 관영매체에 기고한 새해논평이 화제다.

그는 중국의 장래를 언급하면서 "여명을 뚫고 중천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어제의 태양(미국)은 지고 새로운 태양(중국)이 떠오른다는 표현이었다.

인민폐 평가절하 문제를 놓고 작년 한해동안 중국당국이 보인 반응은
시간이 가면서 중국의 자부심이 어떻게 부풀어져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작년초만해도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런민삐의
안정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6월 들어선 "동남아국가의 경제회복을 이해 인민폐를 절하하지
않겠다"고 톤을 높였다.

그러던 것이 연말이 되어 유러화의 출범이 임박하자 "세계 경제를 위해
런민삐의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내부문제에서 아시아로 다시 세계문제로 점층되어간 당국의 논리는
지난 한해 중국 지도부의 자의식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는 잘 보여준다.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일본을 제압한다"는 전략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중(6월)이나 장쩌민 주석의 일본 방문(11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장주석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계산된 냉소를 일본에 남기고 돌아갔다.

"21세기 초강대국"으로 가는 초석을 올한해 동안 분명히 다지겠다는 것이
새천년을 앞둔 중국의 대기획이다.

중국이 이런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분야의
가시적 성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년전 세계 27위였던 교역액은 지난해 3천4백억달러로 세계 10위로 껑충
뛰었다.

외환보유고는 지난 78년말 1억6천7백만달러 수준에서 올연초 1천4백억
달러를 넘어섰고, 홍콩 보유분 9백60억달러를 합치면 일본(2천2백8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이다.

12억인구의 세계최대 단일 시장이라는 것도 중국의 경제적 입지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미국도 일본도 독일도 "12억시장" 앞에선 조심스럽다.

중국은 경제문제에 관한 한 이들 국가에 대해서 목청을 높여왔다.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서 반덤핑을 걸거나 일본산 제품에 대해서는
전자파 유해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유통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에는 중국경제에 기여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세계 연구기관들도 중국의 목표치를 어느정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세계은행(IBRD)은 "2020년께 중국은 미국을 체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이 그동안 연평균 10% 내외의 성장을 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2000-2010년에 8-9%, 2010-2020년에 7-8%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00년에는 독일을 추월하고 2010년에는 일본을,
2020년에는 미국을 각각 뛰어넘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자신감을 배경으로 최근에는 중국의 목소리가 정치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대해 반대목소리를 낸 것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언제든 제목소리를 낼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21세기의 문턱에서 중국의 국제사회 위상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지만 중국이 다음 세기엔 세계사의
전면에 슈퍼파워로 등장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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