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다국적 초대형기업들의 M&A(인수 합병) 루머가 무성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포드의 BMW 또는 볼보 인수설이 돌고 있고 통신업계
에서도 에어터치 커뮤니케이션즈사를 놓고 벨 어틀랜틱과 영국 보다폰사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가머저(mega-merger) 불어닥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산업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정도로 도도한 합병
물결이 몰아쳤다.

합병 규모(자산)만도 97년보다 78%나 늘어난 1조6천1백30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전체 M&A 규모(2조4천8백90억달러)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간판을 바꿔달고 국적조차 갈아치운 기업들도 수두룩했다.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이 시티그룹으로 바뀌었고 엑슨과 모빌은
"엑슨모빌"이 됐다.

빅3 자동차 회사였던 크라이슬러와 월가의 유서깊은 뱅커스트러스트은행은
각각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도이체방크에 팔려 국적을 갈아치웠다.

작년의 합병 붐은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태풍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는 게
M&A 전문기관들의 전망이다.

아시아 중남미의 경기 침체와 "유로"의 후광을 업은 유럽 기업들과의
경쟁, 나아가 미국 경기가 올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제조업체들에 변신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백년 동안 경기의 큰 부침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
M&A를 통해 낡은 경영계를 대청소해왔다.

더구나 연초부터 폭발하고 있는 증시 활황은 M&A를 위해 더없이 좋은
토양을 제공해주고 있다.

주식교환을 통한 M&A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만큼 증시활황이야말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로펌인 맥더모트 윌&에머리의 이인영 변호사는 "올해는 업종을
불문하고 M&A가 미국 기업들에 대유행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업간 M&A 붐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인원 정리 등 구조 조정도
대거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M&A와 관계없이 대규모 인원 감축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화학업체인 몬산토가 전체 임직원의 10%가 넘는 2천5백명을 감원키로 한
데 이어 금융회사 J P 모건도 7백4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M&A감원"까지 감안하면 올해 미국에 90년대 초반을 방불케 하는
"뉴 다운사이징" 바람이 휘몰아칠 것(비즈니스 위크)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기업들은 지난해 67만8천명이라는 유례없는 대량해고를 감행
했다.

취업정보회사인 챌린저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전자부문 8만4천명
산업장비 7만6천명등 산업별로 대량해고 선풍이 몰아닥쳤다.

이런 산업및 노동계의 불안은 올해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메가머저에는 유례없는 대량해고라는 깊은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산업분야별로 최상위 3개사, 즉 빅3만이 살아남는다는 "3강의 법칙(rule
of three)"이 올해부터는 본격 작동할 것이라는 얘기다.

바야흐로 미국을 진원지로 한 메가 컴피티션의 거센 태풍이 휘몰아칠
조짐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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