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의 장래 >>


유로화는 순항할 것인가.

지난 4일 요란한 팡파르 속에 국제금융시장에 등단한 유로화의 출발은
일단은 대성공작이었다.

그러나 유로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지에
대해선 낙관론과 신중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낙관론자들은 유로가 제자리를 잡을 경우 안정되고 경쟁력있는
국제통화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크 상테르 위원장은 4일 브뤼셀 EU본부에서 가진 연설에서 "유로화는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EU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중인
기반위에서 탄생한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이고 강력한 통화가 될 것"이라며
"유로화는 이미 기축통화가 됐다"는 인상적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로랜드 11개국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유로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며 "경제개혁을 수반한 강력한 유로화의
출범은 유럽 전체에 고루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를 피력했다.

유로 출범과 함께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유로표시 채권발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들 낙관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달러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외환위기에까지 직면했던 아시아
기업들의 유로 표시채 발행은 "붐을 이룬다"고 해야할 정도로 열기를
띠고 있다.

닛산자동차 소니 코마츠 등 일본 기업들은 조만간 십억달러가 넘는
대규모의 유로표시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또 각국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고의 유로 편입비중을 늘리는 등 외환
프트폴리오를 개편할 움직임을 보여 장밋빛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

외환보유고 중 60%를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 인민은행의 경우 달러
비중을 40%로 줄이고 대신 나머지 40%를 유로로 대체할 계획이다.

일본 홍콩 호주 등도 외환보유고에서 유로 비중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금융계를 중심으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잭 구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유로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유로를 평가하는데 앞으로 몇년이 더 소요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 분위기에 휩싸여 마냥 들떠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달러.유로간 환율변동 속도와 폭 그리고 깊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명암이 뒤바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유로가 달러에 과도한 강세를 보이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부동자금을 빨아들일 경우 뉴욕 증시가 함몰되면서 세계경제에 불의의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로화의 등장과 함께 달러가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유로랜드 내부 문제로 유로가 정착하지 못하고 이에따라 유럽경제가
위기를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주장이다.

데이비드 데로사 예일 경영대학원 국제금융학 교수는 "유로가 과도한
강세를 보일 경우 재정적자 인플레등 소위 유로화 수렴조건(convergence
criteria)을 놓고 마찰과 균열이 발생하고 이는 유로랜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랜드 참가국간에 발생할 수 있는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의 불협화음이
세계경제에 새로운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