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클린턴의 선택에 모아지고 있다.

중도사임이냐 상원에서의 표대결로 가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번 하원의 탄핵안 가결로 클린턴에 대한 중도사임 압력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차기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봅 리빙스턴이 혼외정사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한 사실은 클린턴에게 결정적인 사임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빙스턴으로서는 속된 표현으로 "물귀신" 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본인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클린턴의 이같은 태도는 두가지 정황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클린턴에 대한 여론지지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하원의 표결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72%(NBC방송 조사)에 달했고 중도사임에 반대하는 여론도 66%(CBS.뉴욕타임스
공동조사)나 됐다.

이와함께 상원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부결시킬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클린턴이 사임을 거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3분의 2 이상(67석)이 찬성해야 한다.

이에비해 현재 공화당의 의석수는 55석으로 의결정족수보다 12석이나
모자란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클린턴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관심은 상원에서 과연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인가로 옮겨지게 된다.

만약 현재의 의석분포대로라면 탄핵안은 당연히 부결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민주당 상원의원중 2명이 탄핵찬성쪽으로 돌아섰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클린턴의 사임에 찬성하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민주당 진영이 지리멸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하원의 표결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클린턴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에 달했다.

이는 미국민 대다수가 클린턴의 섹스스캔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반영
하는 것이다.

여론의 이같은 동향은 극단적인 경우 민주당이 클린턴을 포기할 가능성도
낳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하루속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고어 부통령의 인기가 비교적 높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