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는 과연 회복되고 있는가.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장관의 잇달은 경기회복 발언을 계기로
일본에서 경기상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경제기획청 쪽에서는 "이미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민간에선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사카이야 장관은 12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제가 장기침체 상황에 잇기는
하지만 변화의 태동이 감지되고 있다"며 "심리적으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내 바닥에 이른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경기회복 조짐을 공식화한 것이다.

경기분석에서 정부가 "호전"을 밝힌 것은 작년 7월이후 1년5개월만이다.

기획청이 경기회복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게 된 것은 일부 지표에서
개선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가전제품이나 경승용차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사례로 든다.

개인소비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용자수의 감소 템포가 느려지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현저히 감소되고
있는 것도 경기개선의 징후라고 밝힌다.

기획청은 "공공투자가 과거 최고수준으로 앞당겨 집행되는 등 추경예산
집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경기회복론에 대한 민간은 한마디로 "졸속"이라는 반응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공공투자 확대, 가전및 자동차판매 증가등 국부적인
움직임만으로 경기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번 불황은 수년에 걸쳐 반복되는 경기순환적인 요인 이외에
버블붕괴, 금융시스템 위기, 고용과 설비의 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
일어난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전반적인 소비지출은 12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기록중이고
대형차를 포함한 자동차 전체로는 판매실적인 여전히 마이너스라는
점을 든다.

기업등의 기계수주도 계속 감소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 지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백화점과 유통업체들의
소비세 환원세일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경제대책의 효과가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전반에까지 파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업들은 99년3월 결산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추가감원이 불가피하고 이로인해 소득과 소비가 움추러 들 것이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동안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든다.

노무라연구소는 일본경제성장률이 2000년에나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회복론에 대한 비판이 민간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내에서도 기획청과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야자와 대장상도 "경기가 "바닥"인지는 좀 더 신중하게 확인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나카가와 농림상도 "장관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의견을 밝혀야 한다"며
감에 의한 사카이야 식의 경기판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경제가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헤이세이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일본 경기지표 비교 ]

<>.소비
- 개선요소 : 가전제품판매 13.6% 증가
경차판매 36.6% 증가
- 악화요소 : 소비지출 12개월연속 감소
전체 자동차판매 0.2% 감소

<>.주택
- 개선요소 : 정부주택융자에 의한 주택건설 4.6% 증가
- 악화요소 : 전체 주택건설 12.9% 감소

<>.투자
- 개선요소 : 공공공사액 37.0% 증가
- 악화 요소 : 기계수주액 14.5% 감소

** 전년동월대비 : 소비/주택은 10월, 투자는 9월상황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