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경제위기에다 유례 없는 한파까지 겹쳐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해야할 정도다.

서방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 동결로 루블화 가치는 거의 매일
사상 최저 수준의 시세로 폭락을 거듭하는 중이고 물가폭등 생필품난 등으로
시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루블화 폭락 어디까지=7일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20.40루블에 거래돼 사상 최저치인 지난 9월의 20.82루블에
근접했다.

루블화 폭락은 통화증발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지난 10월 35억루블
(약 1억7천2백만달러) 11월 1백억루블을 찍어냈다.

예금주들은 앞다퉈 예금을 달러로 바꾸고있다.

달러는 금융시장에서 이탈해 지속적으로 장롱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시장전문가들은 조속한 서방 지원이 없다면 루블화가치는
달러당 30루블, 최악의 경우 80루블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외채 현황=러시아의 총 외채는 현재 1천4백39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80%가 넘는 규모다.

내년중에 갚아야할 이자만도 1백75억 달러다.

외채 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임을 예고해놓은 셈이다.

반면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금 포함)는 지난 1일 현재 1백24억달러.

그나마 금을 제외하면 81억달러에 불과하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는 "서방 채권단의 채무상환연기 조치가 없다면
인플레를 감수하고라도 돈을 찍어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채권단 그룹인 파리클럽과의 채무상환조정 협상을 위해
9일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그러나 IMF의 추가 자금지원 약속이 없는 한 민간채권단인 파리클럽과의
협상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IMF의 지원은 언제 가능할까=IMF, 세계은행(IBRD)등 국제 기구의 러시아
방문이 4개월 만에 재개됐다.

지난주 미셸 캉드쉬 IMF총재에 이어 IBRD대표단이 현재 모스크바를
방문중이다.

그러나 IMF가 2백26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언제쯤 재개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캉드쉬 총재는 "내년초에 보자-"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IMF는 아직도 러시아의 구소련식 통제 정책, 세제개혁 미진 등을 문제삼고
있다.

결국 IMF자금 지원은 내년 2.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